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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마적정치' 반복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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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마적정치' 반복되는가

입력
2006.11.0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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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모 일간지에 '산적정치(山賊政治)와 마적정치(馬賊政治)'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한 적이 있다. 여기에서 그 내용을 다시 요약해야 하니 불행한 일이다.

민주화가 되어 있지 않던 사회에서 독재자는 도적에 비유될 수 있다. 국민들의 동의 없이 국민들의 재산을 여러모로 탈취해 가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국민들에게 해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외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 주기도 하고 또 다른 종류의 도적이 날뛰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

● 민생에는 관심 없는 정권

그런데 도적에는 산적과 마적이 있다. 산적은 산 속 한 곳에 자리를 정하고, 산 아래 마을 사람들로부터 재물을 약탈한다. 그러나 이들은 마을 사람들의 재물을 몽땅 빼앗아 가지는 않는다. 마을 사람들이 내년에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 주어야 다시 양식을 약탈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간혹 자진해서 산적에게 재물을 바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산적은 자기 관할 마을이 다른 도적으로부터 도적질 당하는 것을 막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적은 그렇지 않다. 마적은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약탈을 일삼는다. 한 마을을 약탈한 후에 다시 그 마을에 돌아올 필요가 없다. 그래서 마적은 산적보다 더 무지막지하다. 마적이 지나간 자리는 초토화된다. 따라서 마을 사람들이 마적에게 자진해서 재물을 바칠 이유가 없다.

이미 민주화가 된 이 마당에 오늘의 정치를 도적에 비유한다면 너무 지나친 일일까? 그러나 자유투표로 정치인을 선출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정치제도가 국민들의 선호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게 되어 있다면 정치인들은 얼마든지 국민들의 의사에 반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을 창출하고 정권을 누려왔던 여당이 다시 대선을 앞두고 헤쳐모여를 단행한다고 한다. 현 정권은 국민들의 민생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마치 한 번 약탈한 마을을 되돌아보지 않는 마적이라 부르면 지나친 일일까? 현 정권이 민중의 복지를 부르짖었고, 분배를 강조해 왔고, 평화통일을 추구해 왔다면 이제 떳떳이 그 결과에 대해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기사 우리의 정치제도가 정치인들이 마적정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누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만들었고, 또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 소속했던 정당을 마음대로 이탈할 수 있게 해 놓았는가? 사실은 정치인들이 스스로를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이다.

국민들의 심판을 피하면서 자기들끼리 돌아가면서 대통령 해 먹고, 정당 갈아가며 국회의원 자리 차지하겠다는 것이 우리네 정치제도 아닌가?

● 단임제 등 정치제도 빨리 바꿔야

빨리 정치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대통령제를 한다면 제대로 된 대통령 책임제를 해야 한다. 4년 중임할 수 있게 해서 평가받는 대통령 되어야 하고, 국회의원들이 선거 당시 소속 정당을 이탈할 경우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하게 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내각으로 가는 일도 없어야 한다. 내각이 대통령 후보들의 연습장이 아니다. 행정부와 국회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가야 국민들의 뜻이 반영될 터인데 국회의원과 행정관료 직을 겸직할 수 있게 해 놓았으니 삼권분립 정신은 어디로 갔나? 의원과 장관을 겸직하고 싶다면 아예 내각책임제로 가서 정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하고 또 정당이 심판받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변화도 정치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터이니 딱한 노릇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벌써 몇 번이나 마적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이제부터는 국민들이 아마도 누가 마적인지를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이영선ㆍ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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