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이름 대신 ‘럭셔리유틸리티차량(LUV)’이라고 명명한 신차 베라크루즈를 충청남도 서산 현대파워텍 주행시험장에서 만났다.
시동을 걸기 위해 키를 돌리는 순간 당황했다. 엔진음 등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엔진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밀제어 피에조인젝터, 전자제어 엔진 마운트 등을 장착했다는 현대차측의 설명이 떠올랐다.
차 내부는 현대차의 기존 SUV 차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내장재가 이 회사의 최고급 세단인 그랜저나 에쿠스 등에 뒤지지 않을 만큼 고급스러웠다. 특히 푸르스름한 바탕에 흰색 조명이 선명한 슈퍼비전 클러스터 계기판은 눈길을 끌었다.
편의 사양을 고급화하기 위해 출시 일정이 한 달 가량 지체된 탓일까. 구석구석마다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좌우 독립식 에어컨에 센터 페이시아는 처음 이용하는 사람들도 조작이 쉽도록 설계됐다.
버튼의 감촉이나 위치 등도 운전자 만족도를 높였다. 2, 3열에서도 별도로 조절이 가능한 에어컨과 히터는 실내 쾌적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신장 170㎝의 성인도 부담 없이 누울 수 있는 널찍한 3열 좌석은 기존 SUV를 압도했다.
사진으로만 볼 때는 밋밋하게 느껴졌던 외관도 실제로는 부드러운 곡선미와 근육질의 몸매가 조화를 이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기판을 통해 다시 한번 시동이 걸려 있다는 걸 확인한 뒤 가속 페달에 힘을 실었다. 디젤 엔진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힘이 전해졌다. 차량의 속도도 큰 덩치와는 달리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빠르게 높아졌다. 기어 변속도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가속 페달을 얼마 밟지도 않았는데 시속 80㎞였던 속도계 바늘이 180㎞를 넘어서고 있었다. 비교적 고른 시험 주행장의 도로 사정 탓도 있겠지만 차체의 흔들림은 거의 없었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의 장착으로 고속주행 시 안정적인 급회전이 가능토록 했기 때문이다.
오프로드에서는 어떤 성능을 보일까. 주최측은 만류했지만 시험 주행장 옆의 자갈 길로 차를 몰았다. 현대차가 주장하는 것처럼 오프로드를 세단 승용차가 달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프레임 차체 대신 모노코크 차체를 채택한 만큼 장기간 오프로드를 달리면 상황은 크게 다를 것이다.
현대차가 주행 조건을 사전에 조율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속담을 실감했다. 현대차 관계자들이 “외국의 고급 SUV와 겨뤄볼 만한 차”라고 큰소리 친 게 허튼소리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차의 가격은 3,180만∼4,140만원 선이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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