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3일 법원이 기각한 엘리스 쇼트 론스타 본사 부회장 등 3명에 대한 체포ㆍ구속영장을 그대로 재청구했다. 영장이 기각되자마자 검찰이 증거자료를 보충하지 않은 채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영장을 다시 청구한 것은 처음이다. 9월 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 비하’ 발언 파문 이후 또다시 법원과 정면 충돌로 치닫는 양상이다.
박영수 중수부장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영장 재청구 사유를 밝혔다. 앞서 정상명 검찰총장은 오전 10시부터 박 부장 등 중수부 수사팀을 총장실로 불러 긴급회의를 갖고 2시간 가량 대책을 논의했다.
검찰은 2003년 11월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쇼트 부회장, 마이클 톰슨 론스타 법률이사의 체포영장과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날 새벽 “피의자들을 조사할 필요가 있지만 구금해서 조사할 정도는 아니다”며 기각했다.
정 총장은 퇴근길에 “법원의 영장 기각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며 “핵심 인물들의 영장이 잇따라 기각돼 론스타 수사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법원의 영장발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검찰 내 목소리도 높다. 검찰은 “영장 보완 없이 다른 판사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 (법원이) 합리적이라면 영장을 발부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영장을 재청구하면 다른 영장전담 판사가 심사한다. 쇼트 부회장 등의 영장 발부 여부는 다음주 초 결정된다. 검찰은 소환에 불응해 온 쇼트 부회장과 톰슨 이사에게 8일 검찰에 출석하도록 다시 통보했다.
법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영장 재청구가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검찰이 의견을 모아 재청구한 만큼 이 역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장 발부는 법원 고유의 권한”이라며 “수사 관계자들이 법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참으로 걱정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