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은 통념과 조금 다른 부분들이 있다. 먼저, 임진왜란 때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태종실록에는 태종이 임진강 나루에서 거북선과 왜선의 가상해전을 지켜봤다는 기록이 나온다. 해전에서 거북선의 유용성을 극찬하며 대량 건조를 청하는 보고서도 있다.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주력함은 판옥선(板屋船)이었다.
거북선도 돌격선으로 맹활약을 펼쳤지만 3척뿐이어서 보조함이었다. 임란 직전에 개발된 판옥선은 2층 구조로 갑판의 전투원과 아래층의 노잡이를 분리할 수 있고, 견고함과 기동성을 두루 갖춰 왜선을 압도했다. 거북선도 판옥선의 개량품이다.
▦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임란의 승리는 이순신 장군의 영웅적 리더십 덕분이지만 그 바탕에는 조선의 앞선 조선(造船)기술이 있다는 얘기다.
건국 초기부터 왜구의 잦은 침입에 시달리며 해군력의 중요성을 절감한 조선은 수군을 육군에서 분리해 집중 육성하고 선박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쏟았다. 그래서 조선술과 화포 제작 능력만은 일본을 앞서고 있었다. 해상무역이 활발했던 고려의 조선술도 대단했던 모양이다.
몽골의 역사책 원사(元史)에는 '태풍을 만나 많은 우리 함선들은 다 파괴됐지만 고려 군함은 견고하여 정상적인 전투임무를 수행했다'는 대목이 있다.
▦ 면면이 이어온 한국의 조선기술이 활짝 꽃을 피우는 것일까. 세계 1위 한국 조선업의 승승장구가 경이로울 정도다. 올 상반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2,881만 톤 가운데 1,206만 톤을 따내 41.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인 일본(19.2%)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물량이다. 전년 같은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0%이상 늘어났다. 연말에는 사상 처음 2,000만 톤 돌파라는 대기록을 수립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해양조선 등 3개사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부단한 기술개발 노력을 경주해 온 덕분이다.
▦ 조선은 전체 수출에서 4~5위(7%)에 그치고 있지만,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만큼은 누구보다 큰 효자산업이다. 유조선 한 척을 수주하면 배값의 90% 이상이 인건비, 자재비등으로 국내에 남는다.
인력 의존도가 높아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향후 10년간은 너끈히 버티겠지만 중국의 추격이 간단치 않다.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인건비와 막대한 내수를 바탕으로 금세 일본을 추월할 태세이며 2010년 한국 타도를 공공연히 외쳐댄다. 10년 후 경쟁에 대비하며 경계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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