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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저항과 희망, 아나키즘' 아나키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

입력
2006.11.0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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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과 희망, 아나키즘 / 방영준 지음 / 이학사 발행, 246쪽, 12,000원

격렬한 백가쟁명의 시기였던 1968년 프랑스의 68혁명은 당시 시효가 만료된 이데올로기나 다름없던 아나키즘을 역사의 전면으로 끄집어냈다. 이후 아나키스트의 표상인 검은 깃발은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나아가 신좌파 운동 등 각종 저항 운동의 모태로서의 그것은 여전히, 또 영원히 풍성한 자양분임을 입증하고 있다.

책은 아나키즘이 펼쳐 온 길을 돌이켜 보고 그 현재적 의미를 밝힌다. 낭만주의ㆍ허무주의ㆍ부르주아 급진주의 등 전투적 색채로 칠해지다가도, 세계평화주의ㆍ공동체주의ㆍ생태주의 등으로 변주돼 가며 시대의 삶 속에 편재하는 아나키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 것인가.

프루동에서 크로포트킨까지, 즉 프랑스혁명에서 볼셰비키혁명 사이의 기간에 아나키즘은 무수한 결절을 보이며 지금도 생성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석가나 예수를 선조로 볼 정도로 아나키즘의 역사와 스펙트럼은 넓다. 책에 의하면 아나키스트들의 요체는 자연론적 사회관, 개인의 자주성에 대한 강조, 그리고 권위에 대한 저항이다. 개인주의만은 아니다. 동시에 공동체 정신에 근거한 정의관, 즉 평등주의 덕택에 그들은 이기주의자와 격을 달리한다.

지난 시절, 격렬했던 이념의 쟁투는 허울을 벗고 있다. 비슷한 이치로, 오늘날 정치 이념으로서의 아나키즘 역시 해체ㆍ변형됐는지 모른다고 책은 말한다. “이제 한국에서 아나키즘은 ‘자유공동체주의’ 또는 ‘자주공동체주의’라는 이름을 얻었다.” 나아가 책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생태주의가 사회의 윤리화를 주장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강조한다.

성신여대 윤리교육과 교수인 지은이는 “마르크스 사상이 온갖 영양제를 섞어 만든 드링크제라면, 아나키스트 사상은 심심산골의 옹달샘에서 나오는 시원한 물과 같은 맛이었다”며 아나키즘에 심취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한다. 아나키즘이 왜 “인류 역사와 더불어 도도히 흐른 지하수”인지를, 책은 선명한 논지로 밝혀준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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