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으로 제대로 붙어보자.'
현대자동차가 국내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해외 수입차들과의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그랜저TG 광고 문구를 '수입차를 생각한다면 한번쯤 타보고 오라'로 정한데 이어, 토요타(렉서스)와 혼다 등 일본 경쟁차와의 비교 시승 행사를 잇따라 개최했다. 그 동안 대외비로 분류했던 차량 성능 비교 수치도 공개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2일 충남 서산 현대파워텍 주행시험장에서 자동차업계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현대차와 외국차의 비교 시승 행사를 열었다. 그랜저TG와 토요타의 렉서스 ES350, 쏘나타와 혼다 어코드2.4가 비교대상이었다.
비교 시승의 특성상 차량별 우열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현대차가 성능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9월22일 자동차 동호회 회원 등을 상대로 비교 시승 행사를 가졌다. 역시 성능이나 디자인 등에서 외제차에 밀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최근 선보인 럭셔리유틸리티차량(LUV)인 베라크루즈가 외국의 동종 차량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실험 결과도 공개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주행효율과 직결된 공기저항계수(수치가 낮을수록 유리)의 경우 베라크루즈는 0.35로 렉서스 RX-350(0.35)와 같은 수준이며, 닛산 무라노(0.4)와 혼다의 신형 CR-V(0.39)보다 뛰어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디자인, 연비, 화물적재성 등의 측면에서 외국 경쟁 차량보다 모두 우수하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이 같은 전략은 외제차의 안방 공략에 대한 위기감과 함께 "해 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품질평가에서 토요타를 제치고 37개 브랜드 가운데 3위를 차지한 뒤 품질과 성능에 대한 현대차의 자신감이 매우 높아졌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4%를 넘어서자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을 내세워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는 현대차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는 있으나 수입차의 시장점유율 확대 추세를 꺾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혼다코리아 이승원 마케팅팀장은 최근 현대차의 성능이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고소득 소비자들이 늘면서 취향이 다양해져 수입차의 점유율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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