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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우리 삶을 짓누르는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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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우리 삶을 짓누르는 힘은…

입력
2006.11.0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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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별에 살고 있으면서도 인류는 과연 기쁨과 고통의 주파수를 한데 맞추고 살고 있는가? 시월 한 달 동안 진행된 2006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통해 14개국 26편의 작품들이 이에 답하려 했다. 축제의 끝자락, 인간의 특수하고도 보편적인 고통에 두 편의 연극이 주목했다.

이스라엘 극단 텔아비브 카메리의 <풀리지 않는 매듭> 과 헝가리 극단 크레타코르의 <갈매기> . 두 연극은 우리 삶을 지배하고 한정짓는 중력에 가까운 힘들에 대해 성찰하고 반문한다. <풀리지 않는 매듭> 은 자신이 속한 종족의 기억과 현재적 가치에 대한 웃음어린 반문이고, <갈매기> 는 인간 보편이 붙들려있는 시간의 훼손과 순수의 상실에 대한 담담한 응시다.

<풀리지 않는 매듭> 은 오늘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상황을 다룬다. 유태인 배우들과 팔레스타인 배우들이 공동 창작에 의해 구성한 연극 놀이와 다큐멘터리의 결합은, 극장에서 펼쳐 본 생생한 국제면 뉴스에 가깝다. 팔레스타인 자치구와 이스라엘 점령지를 구획하는 회색의 분리 장벽을 영사막 삼아 분쟁지역에서 난무하는 폭력과 고통을 담은 필름이 투사된다. 배우들은 극 중 현실에서 맡은 종족의 배역을 서로 바꿔 연기함으로써 역지사지를 끌어낸다.

뉴스를 인용한 영상은 이 놀이 너머 비극의 생생한 실재성을 일깨우는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발화의 주체가 이스라엘이다 보니 이스라엘 쪽이 겪고 있는 폭력 아래에 놓인 일상과 트라우마에 대한 호소력이 더 강하고, 이는 분쟁지역의 가해자와 역사적 기원을 잊게 만든다.

<갈매기> (사진)를 연출한 아파드 실링은 현재 동구권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연출가다. 그는 이번 축제 선정위측이 내세운, 현대연극의 ‘형식과 시각적 표현 중심으로의 지나친 치우침’을 돌아보고 몸과 텍스트의 중요성을 되살린다는 작품 선정 의도를 가장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 연극을 선보였다. 체홉극에서는 배우보다 더 중요하다는 가구 하나 없이, 세 시간이 넘도록 일상복을 입은 배우의 연기에만 의존해 연극이 진행됐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체홉’이라는 텍스트에 관한 집중이 생겨난다. 시대극이나 풍속극으로 체홉의 작품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무대와 객석의 구획을 지우고, 동시대 삶의 문제로 흡수함으로써 정전(正典)이 돼버린 텍스트의 고정 관념을 뒤집고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 공연 예술은 아마도 중력에 반(反)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무용수가 중력에 붙들린 몸을 넘어 도약하고 비상하려 하듯 공연예술은 역사와 종족, 시간과 공간, 창작의 직접적인 한계 조건들과 같은 현실의 상징적 중력들을 거스르려는 꿈을 꾼다. 그리고 개인의 골방과 집단의 광장 사이에서 오늘도 극장은 기쁨과 고통의 주파수를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극작ㆍ평론가 장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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