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개혁파 지사들이 현내 비리와 관련해 줄줄이 퇴진, 충격을 주고 있다.
기무라 요시키(木村良樹) 와카야마(和歌山)현 지사는 2일 측근이 관여한 현 발주공사 담합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기무라 지사는 하루 전까지만 해도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현민과 현의회의 싸늘한 압력에 밀려 결국 하차했다. 기무라 지사는 “이번 사태에 내가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 당국은 “지사 직에서 물러난 것과는 상관없다”며 강하게 추궁할 자세다.
앞서 9월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佐久) 후쿠시마(福山)현 지사가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토 전 지사는 현 발주 공사 등에 동생이 관여해 이득을 취한 사실이 드러나자 도의적인 차원에서 사퇴했지만 지난달 자신도 수뢰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이번 사태의 파장은 매우 크다. 일본에서 현지사가 두 달 간격으로 연이어 낙마한 것은 이례적이다. 기무라와 사토 전 지사는 평소 ‘깨끗한 현정’을 강조해 온 정치가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 기후(岐阜)와 나가사키(長崎)현 등에서 발각된 현청 직원들의 대규모 공금 부정 유용 사건 등과 맞물려 지방자치제의 위기라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치성 관료 출신인 기무라 전 지사는 개혁파 지사로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2000년 첫 당선돼 임기 2기째를 맞았던 그는 ‘도정 개혁’을 전면에 내세워 지지를 받았다. 1990년대 들어 등장한 개혁파 지사는 지방 주도와 지방 중심의 개혁을 주창하는 세력을 말하는 것으로, 그 동안 중앙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5기에 걸쳐 무려 18년간을 재임한 사토 전 지사도 도쿄(東京)도 일극 중심 체제에 대해 일관되게 이의를 제기해 온 ‘할 말을 하는’현지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치권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아래서 지방자치의 위축을 초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후쿠시마현 사태는 사토 지사의 18년 장기 집권이 만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자민당은 최근 “지자체장의 다선 금지가 가능한 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지방선거 공천시 출마자에게 ‘3선 제한’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안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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