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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첫 MVP·신인왕' 한화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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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첫 MVP·신인왕' 한화 류현진

입력
2006.11.0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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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아들을 낳더라도 야구는 시키지 않을래요.”

항상 씩씩하던 ‘괴물’답지 않았다. 언제나 웃으며 야구는 재미있다고 외치던 그였기에 의외였다. “다시 태어나도 야구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라며 눈빛을 반짝였지만 “자식에게는 야구를 시키지 않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라고 고백했다.

# 희- MVP, 세상 다 얻은듯로- SK 지명 못받았을때애- 2004년 팔꿈치 수술락- 물론, 야구할때죠~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신인 MVP의 주인공 한화 류현진(19). 고교를 갓 졸업한 풋내기에서 최고 투수로 성장한 그를 3일 오후 대전구장에서 만났다. 전날 시상식에서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롭게 쓰는 엄청난 일을 해냈지만 류현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동료들과 훈련에 한창이었다.

-야구공에 실밥이 108개인 것 알고 있나요. 야구에도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다는데.

“아하, 그래서 야구에도 백팔번뇌가 있다고 하는구나. (몇 번쯤 번뇌했냐고 묻자)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뒤 3번쯤 번뇌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고2때 팔꿈치 수술을 받았을 때, 두 번째는 지난해 신인 1차 지명에서 고향(인천) 팀인 SK의 지명을 받지 못했을 때였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패전투수가 됐을 때 가슴이 아팠어요.”

-야구하면서 가장 기뻤을(喜) 때는 언제였습니까.

“어제요. 최우수선수상을 받았을 때가 가장 기뻤어요.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 헤헤 (머리를 긁적이며) MVP가 된다는 확신이 없어서 멋진 소감을 준비하지 못한 게 아쉽네요. 곧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데 일본과 대만을 꼭 이겨서 금메달을 따면 더 좋겠죠?”

-그럼 가장 화났을(怒) 때는.

“(곰곰이 생각하더니)없어요. (여러 번 재촉하자)정말 없는데. 굳이 화날 때를 꼽자면 지난해 SK의 지명을 받지 못했을 때였을까? 어릴 때부터 인천 도원구장에서 현대 경기를 보면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거든요. 정민태 선배님을 보면서 인천을 대표하는 훌륭한 투수가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인천 연고인 SK가 날 지명하지 않아 화났어요. 하지만 한화처럼 좋은 팀에 올 수 있어서 괜찮아요.”

-1차 지명에서는 SK, 2차 지명에서는 롯데의 선택을 못 받았잖아요. ‘동산고 시절 술을 먹고 다녀서 안 뽑는다’는 소문이 들렸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그래요. 이상하네, 전 술을 잘 못 마시거든요. 게다가 우리 학교엔 술을 많이 마시는 애들이 없었는데. 어쨌든 한화에 온 게 제겐 잘 된 일인 것 같아요.”

-다시 희로애락으로 돌아갑시다. 가장 슬펐을(哀) 때는 언제인가요?

“2004년 4월말에 팔꿈치 인대를 접합하는 수술을 받았을 때죠. 선수 생활이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너무 슬펐어요. (류현진은 줄곧 수술을 받아도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말해왔다)

-그럼 가장 즐거울(樂)때는.

“야구할 때죠. 야구처럼 재미있는 건 없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부에 들어가서 깜짝 놀랐어요. 재미있는 야구를 실컷 할 줄 알았는데 달리기, 수비연습, 체력훈련 등등. 힘든 훈련이 너무 많았어요. 세상에 쉬운 게 없잖아요. 재미있는 야구를 하려면 힘든 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홈런을 맞아도, 겁먹지 않아서 별명이 ‘괴물’이라던데.

“제가 원래 겁이 없어요. 아빠가 초등학교 때 남자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며 한밤중에 공동묘지에 데려다 주셨어요. 저희 아빠 때문에 야구부 전원이 공동묘지에서 담력 키우기에 나섰죠. 한밤중에 귀신이 달려들어 소리를 지르고 나면 나무였고, 안개가 자욱하면 심장이 멎을 정도로 무서웠지요. 묘지 위를 뛰어다니면서 ‘귀신님, 죄송합니다’를 외쳤어요. 하지만 이제는 ‘심장’이 커져서 웬만해서는 무서운 게 없어요.”

-앞으로 목표는.

“제가 제일 존경하는 송진우 선배님처럼 부상 없이 오랫동안 선수로 뛰고 싶어요. 그렇지만 마흔이 넘도록 뛰는 건 좀 그렇고. (잠시 고민하더니)서른 여덟 살까지만 뛸래요. 통산 300승을 달성하고 싶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야구공을 씽씽 던지고 싶기도 하구요. 생각만 해도 짜릿하잖아요. 아 참, 내년에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여자친구는 없나요.

“아직까지 없어요. (웃으며)아가씨를 소개해 주는 사람도 없고. 그런데 결혼은 빨리 하고 싶어요. 힘들 때 의지할 사람이 있으면 좋잖아요. 얼굴이 예쁘면 더 좋지만 일단 착한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어요. 헤헤.”

대전=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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