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추가대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3일 과천청사에서 권오규 부총리 주재로 부동산정책 관계부처 장관 긴급 간담회를 갖고 부동산 대책을 논의했지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강화, 국가 재정을 통한 분양가 인하 등을 놓고 혼선을 빚다가 결국 또 한번 알맹이 없는 대책을 내놓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회의 개최 직전만 해도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획기적 부동산 추가대책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당국 고위관계자가 회의에 앞서 “주택담보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 이 관계자는 “이번 부동산 안정대책의 핵심은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며, 특히 주택담보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총량 규제란 매달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을 제한하고, 은행별로 대출 증가분을 할당하는 것. 시행될 경우 ‘돈 빌려 집 사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특단의 대책이다. 금융감독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투기지역의 6억원 초과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6억원 미만 아파트와 비투기지역 아파트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또한 주택수요를 단기적으로 크게 위축시킬 만큼 위력적인 대책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오후 3시 정부가 발표한 최종대책에는 대출규제에 대한 대목이 모두 빠져 버렸다. 대출총량규제의 경우 민간은행들의 자산운용을 정부가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기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설령 이런 비난을 무릅쓰고 대출을 규제하더라도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마당에 그 효과가 지속되기 어렵고, 오히려 잠재수요 열기만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인하 방안에 대해서도 일부 혼선이 불거졌다. 권 부총리는 이날 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높아진 분양가가 가격상승 기대심리를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다”며 “기반시설 개발비용을 국가가 부담함으로써 분양가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발표에서는 ‘공공택지 지구밖의 광역교통시설에 한해 입주자와 국가가 적절한 분담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는 정도로 수위가 낮아졌다. 이 또한 신도시 기반시설 개발비를 국민세금으로 메울 경우, 수익자부담 원칙 및 기존 신도시 입주자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작용했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 건설됐던 분당 일산 5대 신도시와 최근의 판교신도시 등은 광역교통시설 건설비용까지 모두 입주자들이 부담했다. 특히 정부재정으로 분양가를 주변시세보다 낮출 경우 오히려 분양차익을 노린 투기가 더 기승을 부릴 수 있고, 결국 특정지역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전 국민들이 ‘로또 복권’을 만들어주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결국 정부는 이날 하루 종일 투기봉쇄와 시장원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마무리되지 못한 어정쩡한 대책만 내놓았다. 신뢰 잃은 정부는 발버둥을 쳐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확인시킨 준 셈이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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