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요일이 참 좋다. 푹 퍼져 쉴 수 있으니까. 늦잠도 자고, 세수도 않고, 잠옷 그대로 한나절을 버틴다. 그야말로 일요일의 혜택을 ‘게으름’에 몽땅 쓴다. 그래야 다음날, 월요일이 원망스럽지 않다는 핑계까지 단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에구에구 오늘은 늘어지게 푹 쉬자. 아이 좋다.” 소파에 누워있던 동아가 온 몸을 크게 꼬며 내뱉는 소리에 내가 당황했다. “동아, 너 늘어지는 게 뭔지 알아?”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거.”
쉼. 그래 엄마는 늘 쉬고 싶다. 조금이라도 나만의 여유를 갖고 싶다. 그런데 아이가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하다.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한다. 저게 뭐가 되려고 그러나 싶은 소심한 마음에 “가서 책이라도 읽어라” 한다. 아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게 해서, 움직이는 꼴을 봐야 엄마는 안심한다.
가만히 아이의 하루 움직임을 생각해본다. 산만할 정도로 분주한 몸동작을 하는 아이, 저 머리 속에 뭔가 넣겠다고 주섬주섬 챙겨 학교 가고, 방과후에 피아노 배우고 수영하고, 그러고 보면 동아에게도 일요일은 자발적으로 쉴 수 있어야 하는 날이다.
그럼에도 아이의 늘어짐을 도저히 못 봐 주겠다는 엄마라면? 할 수 없다. 엄마도 ‘쉼’을 포기하라. 대신 무료한 일상에서 잠깐 동안 일탈하듯, 새콤달콤 혹은 쌉싸래한 맛이 있는 일을 찾아내자.
책에서 바로 그 ‘맛이 있는’ 일을 찾아내자. 놀이공원에 가서 많은 시간 줄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주머니를 축내지 않아도, 조금은 늘어지는 자세로도 하루를 충분히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일들이 책 속에 있다.
-<단추수프> <제빵사 곰> <손 큰 할머니 만두 만들기>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를 읽고 요리를 해본다. 구리와> 손> 제빵사> 단추수프>
-띠 놀이도 재미있다. <열두 띠 이야기> 나 <열두 띠 까꿍놀이> 에서 나의 띠를 찾아 띠 가면을 만들어 주자. 지우개나 나무에 띠 그림을 조각해 도장 찍기도 한다. 초등학생쯤 되면 자ㆍ축ㆍ인ㆍ묘ㆍ진ㆍ사ㆍ오ㆍ미ㆍ신ㆍ유ㆍ술ㆍ해를 따져 볼 수도 있다. 어렵게 보이지만 아이들이 흔히 부르는 노랫가락에 붙여주면 쉽게 외운다. 열두> 열두>
-나뭇가지와 하드보드, 광목천, 나뭇잎을 준비해 <무늬가 살아나요> 놀이를 해보자. 숟가락으로 나뭇잎을 광목천 밑에 깔고 두드려 잎 무늬를 살려내 나뭇가지로 장식하는 놀이로, 멋진 나뭇가지 액자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무늬가>
-괴물은 언제나 아이들이 좋아한다. <슈렉> 이나 <괴물들이 사는 나라> 에 나오는 괴물의 모습을 따라 만들거나 <종이괴물소동> 처럼 나만의 괴물을 창조해 보는 것도 신나는 일이다. 종이괴물소동> 괴물들이> 슈렉>
-“우리 외이모할머니는 외할머니의 언니예요. 외고모할머니는 외할아버지의 여동생이고요. 또 고모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누나이고, 작은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남동생이지요.” 이른바 족보놀이다. <가족나무 만들기> 는 핵가족 사회에서 잊혀지는 호칭과 관계를 찾아볼 수 있는 놀이다. ‘나’는 개인이지만 풍부한 관계 속에 있음도 확인한다. 가족나무>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관장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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