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니컬러스 번스 정무 차관과 로버트 조지프 군축ㆍ비확산 담당 차관 등의 일본, 한국, 중국 등 동북아 순방은 목적이 복합적이다
. 미 국무부는 이들이 관련국과의 협의를 통해 조만간 재개될 북핵 6자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북한에 가해진 제재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미측의 ‘두마리 토끼 쫓기’가 성과를 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미 대표단이 들고 올 보따리에는 북한 핵시설 해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 등의 대북 압박 수단이 포함돼 있으나 북한에 제시할 ‘당근’은 실질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미 대표단은 이번 순방을 통해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이 공동전선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미측은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까지도 대북 제재에 진지한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공동전선의 마련이 과거처럼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측도 이번에 재개될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한에 핵시설 해체를 요구하거나 핵관련 시설에 대한 상세한 정보제공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측이 희망하는 대로 북핵 6자회담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기 위해 북한을 압박하는 방안이 실제로 성공할지 여부에 대해선 전망이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중국, 한국이 어떠한 입장을 취할 지가 관건이다.
미측은 이번 순방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확대를 위해 관련국에 구체적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ㆍ비확산 담당 차관이 이번 순방기간 동안에 한국을 방문하지 않기로 하는 등 한미 양국간 갈등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미측은 이번 순방을 통해 북한이 핵 폐기를 위해 구체적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관련국에 강조할 예정이나 중국, 한국 등이 북한의 행동에 대한 반대급부를 거론할 경우, 미측이 의도하고 있는 공조방안 마련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중국 등은 이미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북한에 제시할 ‘당근’에 대한 논의가 미 대표단의 이번 순방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