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가 2일 밝힌 국민통합신당 창당 구상은 기존 정당 바깥의 ‘제3지대’에서 신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신당을 자신이 주도할 테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서 참여하려는 사람은 탈당하고 오라는 의미다. 스스로가 반(反) 한나라당 세력의 구심점이자,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고 전 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존 정당 주도의 정계개편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기존 정당간의 통합에는 참여하지 않을 생각”, “우리당 중심의 새로운 재창당 이라든지 그런 정당에서 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여기에는 민심이 떠난 여당 주도의 신당에 참여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고 전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 배제론을 분명히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노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해 주시는 것이 좋겠다”며 사실상 정치현안에는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여당의 대안으로서 새로운 신당을 구상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여당의 재창당론을 주장하는 친노(親盧)세력과는 함께 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특히 고 전 총리가 노 대통령 배제론을 말한 데는 최근 자신의 지지율 하락이 노 대통령과 연관된 여권 주자라는 인식에 기인하고 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의 한 측근은 “고 전 총리가 참여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입장에서 노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에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결국 고민 끝에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고 전 총리의 이 같은 입장표명으로 향후 범여권 통합 논의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다. 고 전 총리의 구상이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등 우리당 내 대주주를 비롯한 다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고, 민주당의 ‘친노세력 배제 헤쳐모여식 통합신당’주장과도 비슷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난관도 만만치 않다. 우선 고 전 총리가 여당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통합신당에 참여하려면 탈당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원들이 현재로선 많지 않다. 또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여당 주도의 통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서로 기본 구상은 비슷하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논의가 쉽게 진전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고 전 총리가 통합 논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독자 신당 창당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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