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사로 잇몸을 찌르는 것 같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차라리 죽고싶다”며 바람을 쐬거나 먹고 말하는 것조차 괴로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처음엔 치통 두통으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삼차신경통이라 불리는 질병이다. 얼굴과 머리의 감각을 담당하는 제5번 뇌신경(삼차신경)이 종양이나 혈관에 눌려 생기는 극심한 통증을 가리킨다. 이밖에 다발성경화증, 신경염, 알 수 없는 원인으로도 유발된다.
삼차신경통은 우선 간질약이 처방되지만 환자의 30%는 반응이 없고, 오래 되면 내성이 생겨 결국 다른 치료가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미세혈관 감압술, 알코올 신경차단술, 글리세롤 주입술, 고주파 열 응고술, 감마나이프 방사선 등 다양한 치료법이 공존하고 환자마다 적절한 치료법도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환자는 어느 진료과를 찾아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또 신경외과와 마취통증의학과가 모두 삼차신경통을 치료하지만 시술할 수 있는 방법은 차이가 난다. 어떠한 치료법도 100% 완치되지 않아 반복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치료법 선택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삼차신경통을 치료하는 세 병원의 전문의로부터 각각의 치료법이 누구에게 적합하고, 장·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미세혈관 감압술/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
미세혈관 감압술이란 신경을 눌러서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인 뇌의 혈관을 들어 스폰지를 살짝 넣어주는 수술이다. 스폰지가 압박을 줄여 통증을 없앤다.
안면경련과 삼차신경통 환자를 통틀어 연 100~120건의 미세혈관 감압술을 실시하는 장 교수는 “수술 후 통증이 사라지는 성공률은 86%이며 효과가 좋으면 통증 없이 10~20년 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미세혈관 감압술은 신경 자체는 손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별다른 부작용이 없고, 재발했을 때 다른 치료법을 적용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장 교수는 “고주파 등을 이용해 신경을 파괴하는 시술도 물론 널리 쓰이지만, 신경 손상이 심하면 아예 변성돼 감각 없이 통증만 남는 무감각성 통증이 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뇌를 여는 수술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전신마취가 부담스러운 고령환자는 물론, 대부분의 환자들이 다른 치료법이 있다면 수술을 피하려고 한다. 2주간의 입원기간에 수술비도 1,000만원 이상 든다. 또 100명에 1명 정도는 스폰지 재료에 대한 이물반응이 일어나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수술치료에 가장 적합한 대상은 60세 이전이고, 혈관이 통증의 원인인 경우로 제한된다. 혈관이 눌러서 삼차신경통이 생기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약 80%정도로 1㎜ 간격으로 촘촘하게 촬영하는 정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확인해야 한다.
알코올 신경차단술/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 찬 교수
통증을 일으키는 삼차신경의 말초부위에 주사기로 알코올을 넣어 신경을 차단해 통증을 전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부분마취를 한 뒤 방사선을 쪼여 신경의 위치를 보면서 얼굴에서 주사바늘을 꽂는다. 이밖에 신경을 파괴하는 방법 중에는 글리세롤을 넣거나, 고주파로 응고하는 시술법도 있는데 각각 치료 효과와 의사의 선호여부가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200례의 알코올 신경차단술을 실시한 김 교수는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져 환자의 고통을 해결해 준다”고 말했다. 통증이 사라지는 기간은 평균 2~3년이다. 김 교수는 “3~5%가 시술 후 1년내, 30~40%는 시술 후 1~2년, 40%는 시술 후 2~5년, 15%는 시술 후 5~10년째에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 방법은 반복시술해도 큰 부담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시술비는 수십만원 선이고 시술시간도 몇 분에 불과할 정도로 간단하다. 김 교수는 “신경이 완전히 죽은 뒤 나타나는 부작용인 무감각성 통증도 고주파 열응고술에 비하면 극히 드물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얼굴감각이 둔해지는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 감각은 2년에 걸쳐 서서히 되돌아온다. 재발이나 감각이 둔해지는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당장 통증이 너무 괴로워 즉각적인 효과를 원한다면 이 시술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감마나이프 방사선치료/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이정교 교수
역시 신경을 파괴하는 시술인데, 감마나이프라는 장비를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뇌를 열지 않고 MRI 영상으로 신경의 위치를 정확히 보면서 방사선을 쪼여 신경을 파괴한다. 다른 신경파괴술과 달리 삼차신경이 갈라져 나오기 전 부위에 방사선을 쪼여 치료효과가 더 좋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일찍, 가장 많이 감마나이프를 시술한 이 교수는 “지금까지 약 100례의 삼차신경통 환자에게 감마나이프 치료를 시술했으며 90%에서 효과가 나타났고 이 중 30%는 5년 내 재발했다”고 밝혔다.
감마나이프 치료의 장점은 자옴?장비로 신경부위에 정확히 방사선을 쪼여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신경파괴술의 효과가 달라지는 위험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또 신경을 파괴하는 정도가 약해 감각이 둔해지는 부작용도 적다.
하지만 신경의 파괴정도가 약하고 느리게 나타난다는 점은 단점이기도 하다. 환자들이 시술 후 한달 정도는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조급해 할 수 있다.
65세 이상 환자에게는 보험이 적용되며 시술비는 280만원 안팎이다. 고령 환자이면서 경제적으로 다소 여유가 있고, 다른 신경파괴술의 부작용이 두려운 이들에게 적합한 시술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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