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창단 36년 만에 첫 우승을 안겨준 김철용(52) 감독을 전격 해임했다.
흥국생명은 1일 선수단 관리 소홀을 이유로 김철용 감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지난 2월19일 팀을 1위로 이끌던 황현주 감독을 별다른 이유 없이 경질 한 흥국생명이 이번에는 우승 감독까지 옷을 벗겼다는 점에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우승 감독을 곧바로 내 쫓은 건 흥국생명이 처음이다. 김 감독의 계약기간은 2008년 2월까지다.
여자배구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던 ‘코트의 승부사’가 불명예 퇴진한 이유에 대해 배구인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선수 이탈 책임"…"상식 밖 처사" 배구계 충격
흥국생명은 선수단 관리 소홀 및 즉흥적인 훈련의 문제점을 해임 이유로 들었다. 지난 9월 한국배구연맹컵 양산대회 출전을 앞두고 몇몇 선수가 선수단을 이탈한 것과 김연경 등 주전의 잦은 부상을 트집 잡은 것.
선수단 이탈은 모 선수가 주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수는 연습 경기 도중 김 감독에게 불경한 태도를 취한 뒤 은퇴 의사를 밝혔다. 김 감독의 질책에 불만을 품은 이 선수는 급기야 “내가 모든 걸 책임질 테니 나를 따르라”고 후배들을 선동했다. 사실상 감독에게 항명한 셈이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사건을 덮는 대신 이도희 코치를 해고하겠다는 뜻을 김 감독에게 전했다. 깜짝 놀란 김 감독이 “이 코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감싸자 흥국생명은 “그럼 감독이 모든 걸 책임지라”며 해고를 통보했다.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닫자 배구인들은 “흥국생명이 선수들의 무책임한 행동을 감싸는 대신 감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며 혀를 찼다.
게다가 해임 이유 중 하나였던 김연경의 무릎 부상은 김 감독이 부임하기 전인 지난해 생겼다. ‘김철용 감독의 즉흥적인 훈련으로 김연경이 부상을 입었다’는 흥국생명의 주장은 어처구니 없다는 게 배구계의 중론이다.
배구계의 비난 여론에 대해 흥국생명 관계자는 “배구인들이 제 아무리 떠들어도 소용없다. 비난의 목소리도 곧 사그라진다”며 큰소리쳐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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