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 임명 강행을 두고 미국 언론과 관가에서 우려가 나오는 것을 바라보는 국내 시각은 엇갈렸다. “한ㆍ미 공조에 더 큰 균열이 생길 조짐”이라는 걱정부터 “미국이 필요 이상으로 과민반응 하는 것”이란 목소리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정부는 “미국 내 소수 목소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학자 등 전문가 사이에선 “최근 논란이 된 송 내정자의 ‘미국은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 같은 발언과 참여정부의 ‘나홀로 자주’ 코드에 맞춘 최근 행보 때문에 미국이 당분간 송 내정자를 냉랭하게 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김영수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송 내정자의 반미 발언 등이 부시 정부 내 네오콘의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송 내정자에게 ‘앞으로 말을 잘 들으라’는 일종의 기선 제압용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의 외교통인 박진 의원은 “한미간 의사 소통이 가장 원만해야 할 시점에 미국이 우리 외교 사령탑에게 노골적 거부감을 표시한 것은 앞으로 양국 정보 공유 및 정책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결국 북핵 해결에 있어 상당히 걸림돌로 작용할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1일자 뉴욕 타임스 기사 등에 나타난 미국의 ‘반(反) 송민순’ 기류를 지나치게 확대해석 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교안보원구원 김성한 교수는 “미국이 송 내정자를 임명하면 안 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도 없는데, 우리 스스로 ‘미국 입장을 거슬렀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건 자기 비하”라고 말했다. 김기정 연세대 정외과 교수도 “송 내정자 임명이 한미 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했다.
송 내정자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최근 반미 발언 뿐 아니라, 과거 대미 협상 과정에서 보인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미지가 축적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송 내정자가 2000년 한미 미사일 협상 때 미 측에 언성을 높여 ‘송 대령’이라는 별명이 붙은 일화는 유명하다. 또 그는 당시 “미국이 청와대를 설득해도 나는 청와대에 설득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아 우리나라의 탄도미사일 사정거리를 300km까지 늘리기도 했다.
한 당국자는 “최근 논란이 된 발언은 미국이 우리 해명을 이해하고 종결된 사안이며, 6자회담 과정에서 송 내정자가 미국과 얼굴을 붉힌 건 사실이지만 한미 동맹 틀에서 모두 해소됐다”면서 “지금 한미 외교 채널의 소통 불안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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