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3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이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의 실체가 베일을 벗고 있다.
● 드러나는 윤곽
검찰은 검사 12명, 수사관 80여명을 투입, 유례를 찾기 힘든 메머드급 수사팀을 구성해 저인망식 수사를 해왔다. 검찰의 수사 방향은 크게 네 갈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매각 과정에서의 불법 로비 의혹 △외환은행 비자금 △외환카드 주가 조작이 그것이다.
본체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수사다. 검찰은 2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헐값 매각이 단순한 의혹이 아니었음을 확인했다.
외환은행 경영진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주장과 달리 2003년 8월 당시 외환은행의 매각이 불가피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런데도 외환은행 매각이 필요한 것처럼 왜곡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매각하더라도 적정 가격을 받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외환은행의 실제 가치를 낮췄다고 검찰은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그러나 불법 로비 단서를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외환은행 및 금융당국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발에 그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 론스타 본사 겨냥
검찰은 수사의 다른 축인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을 통해 미국 론스타 본사를 옥죄는 모습이다. 검찰이 이틀 전 엘리스 쇼트 부회장 등 론스타 본사 경영진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국제 금융계에 미칠 파장을 감안할 때 예상 외의 강수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압수물 분석을 통해 혐의를 확인했다”며 사법처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론스타 본사 경영진들을 본체 수사로 끌어들이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 초기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및 불법 로비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스티븐 리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가 해외로 도피함에 따라 애를 태워왔다. 론스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정치적으로 의도된 수사”라는 론스타의 음모론에 맞서 “검찰 소환부터 응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 몸통 밝혀낼까
검찰은 일단 ‘정책적 판단이라 처벌할 수 없다’는 일각의 주장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남은 건 어느 선까지 올라갈 수 있느냐는 것. 정부가 지분을 가진 거대 은행의 매각을 은행장이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관련자들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수사가 쉽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정책수석이었던 권오규 경제부총리, 경제부총리였던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 등의 조사를 마쳤다. 남은 사람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정도다. 경제 관료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이 전 부총리는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맡은 김앤장의 고문으로 있었다. 검찰은 “사법처리 대상자가 남아 있다”고 분명히 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