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계좌 동결문제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본다는 유명환 외교부 1차관의 발언을 외교부가 공식 부인하면서 BDA 해법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물론 유 차관의 전날 BDA 관련 발언은 “한미협의에 따른 느낌으로” 등 개인적 감이 상당부분 가미된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미국의 BDA 처리절차에 근접해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유 차관이 국감에서 언급한 BDA 북한계좌 처리방식을 보면 6자회담이 재개되면 미 재무부에서 그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BDA를 돈세탁 은행으로 확정할 지 여부를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한 판단은 중국정부 소관이라는 것이다. 이는 곧 북한계좌 중 합법 또는 불법 자금의 동결 해제나 압수 여부가 중국측 판단에 맡겨진다는 뜻으로 사실상 6자회담의 진전을 바라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합법자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자도 “미국 정부가 BDA문제를 처리하는 유력한 프로세스중 하나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아무리 위조지폐 제조와 돈세탁 의혹이 있는 북한계좌라도 미국이 합법적 방식으로 BDA 금고에 들어간 자금까지 막을 명분은 없어 BDA 북한계좌 동결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재 미국이 파악한 BDA 북한계좌 2,400만 달러 중 합법적인 것으로 사실상 판명 난 자금은 평양 대동신용은행 소유의 600만~800만 달러로 알려졌다. 현재 대동신용은행 지분의 70%를 가지고 있는 홍콩계 투자자문사인 고려아시아는 미 재무부와 대동신용은행의 BDA 자금 동결 해제문제를 논의중이다. 때문에 미 재무부로서도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동결시켜온 이 자금을 마냥 붙잡고 있기는 부담이다.
문제는 그 시기. 미 재무부의 BDA 조사가 무려 1년이나 진행돼 조사종결이 임박했다는 설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은 BDA 조사종결 시점과 합법, 비합법 계좌의 처리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물론 베이징 3자 회동 현장에서도 언질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은 BDA를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할 뜻도 없다. 때문에 그 시기를 6자회담 재개시기와 꼭 연관시킬 수 없다. 유 차관이 “(BDA문제가) 조만간 결정 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시간이 다소 걸릴지 모르지만”이라는 굳이 토를 단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한편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BDA에 취해진 금융조치를 해제할 생각이 없으며 북한관련 계좌에 대한 조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곧 합.불법자금 여부를 가리는 계좌 추적작업이 단기간 내 종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BDA 문제 해결 시기가 상당히 늦춰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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