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KOTRA가 주최한 '세계화와 국제 투자정책' 심포지엄에서 외국인들이 쏟아낸 쓴소리를 정책당국자들이 들었다면 쥐구멍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한국정부는 부처 간 정책조율을 하는지 궁금하다.
투자하면 세제혜택이 있다기에 산업자원부 금융감독원 외교통상부 등 다 돌았는데 저마다 하는 얘기가 달라 당황했다." "한국이 정치적인 말다툼과 논쟁에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강성노조는 정말 문제다. 진정 외국인 투자를 늘리고 싶다면 중국을 벤치마킹해 노사관계부터 확 바꿔야 한다."
외국인들이 느끼는 이런 문제는 국내 기업인들에게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을 것이다. 역사적 경험과 배경이 다른 외국인들의 시각을 무조건 따라갈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불만과 비판은 우리 사회에서도 수없이 제기된 것이다. 며칠 전 나온 비전 '2030 민간작업반' 보고서도 이 점을 적확하게 짚었다.
후진적 정치체제, 공공부문 과다, 경직된 노동시장, 정책 일관성 부족과 리더십 실종 등이 선진국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분석은 외국인들의 지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이 닮았다.
하지만 '시장과의 소통'을 화두로 출범한 권오규 경제팀은 갈수록 분열상을 드러내며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키우는 형국이다. 리더라기보다 실무 혹은 참모형인 권 경제부총리의 일처리방식도 문제지만, 정치권이나 학계에서 온 장관들과 연조가 높은 관료 출신 장관들이 앞뒤 재지 않고 '나홀로 행보'를 하는 것을 보면 아슬아슬하다.
건설교통부 장관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모래 위에 쌓은 성임을 백일 하에 드러냈고, 공정거래위원장과 산업자원부 장관은 대기업 규제정책을 놓고 딴 나라 사람처럼 떠든다. 이러니 "경제부총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권 부총리는 파인 튜닝이니 리밸런싱이니 새로운 조율이니 하는 모호한 말로 지적 산책을 즐길 때가 아니다. 국내외 기업인들이 모두 등을 돌리는데 도대체 무엇으로 시장과 소통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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