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패션은 유난히 하체를 강조한다. 계절이 따로 없다. 상체는 풍성하고 하체는 몸에 착 달라붙어 날렵함을 강조하는 1980년대식 Y라인의 인기는 늦가을 추위속에도 ‘미니스커트와 레깅스’의 조합을 스타일링의 전범처럼 유행시키고 있다. 덕분에 어부지리의 기쁨을 누리는 것은 부츠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제철이지만, 올 가을겨울 부츠의 유행은 너무 유난해서 오히려 밋밋한 Y라인에 강렬한 화룡점정(畵龍點睛)을 남기는 품목으로 부상했다.
▲ 강렬하지 않으면 버려라
올해 부츠는 여성으로 치자면 다소 건조하지만 내면의 강렬함을 지닌 여성이다. 2년전 선풍적인 인기였던 어그부츠처럼 귀엽거나, 지난해 과잉장식의 극치를 보여줬던 러시안 부츠처럼 호화찬란해서는 손길을 끌기 어렵다. 장식을 자제하는 무채색 중심의 미니멀리즘 패션은 도시적인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은 끌어올렸지만 자칫 90년대의 여피패션처럼 무미건조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단점. 아래로 끌어내려지는 시선에 마지막 방점을 찍듯 날카로운 패션감각을 자랑하기위해서는 상냥함 보다는 아마조네스처럼 강인하고 대담한 이미지가 필수다.
▲ 허벅지 Vs 발목
길이는 아주 길거나 아주 짧은 것이 유행이다. 롱부츠는 라펠(옷 깃 모양)을 채택해 접으면 무릎 아래, 펴면 허벅지까지 올라와 보온효과와 함께 미니스커트의 대담성을 보완 혹은 강조(!)해주는 것이 많이 나왔다. 반대로 기존 앵클부츠보다 더 길이가 짧은 부티(booteeㆍ복사뼈 바로 아래 길이) 스타일도 새롭게 주목받는다. 부티는 바지 정장에는 물론 패션리더층에서는 풍성한 원피스형 풀오버와 레깅스 차림에 받쳐 신는 상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언뜻 발등을 덮는 구두처럼 보이지만 입구 부위가 구두보다는 넓으면서 좁고 깊은 V자로 재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츠 통은 일자로 쭉 뻗은 튜블러(tubular) 형태가 대세다. 다리와 부츠 사이 살짝 여유가 있어 다리에 꼭 끼지않으면서 너무 통자가 아닌 스타일로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통이 넓으면 하체를 가늘게 표현하기 힘들다.
▲ 둥근 코 Vs 삼각 코
구두 코는 둥글고 도톰하거나 뾰족하되 삼각형의 볼 부위가 넓어져 착화감은 물론 신고 벗기도 다소 쉬워졌다. 살롱구두 브랜드 나무하나의 전현정 실장은 “미니멀리즘의 영향으로 구두 코의 길이가 전반적으로 짧아지면서 도톰하고 둥글게 마름질하는 것이 인기”라고 전한다.
디자인 보다는 소재의 다양화가 두드러진 것도 주목할만 하다. 금강제화 디자인실 강주원 실장은 “투톤 느낌이나 자연스러운 힘줄 무늬가 그대로 살아있는 스웨이드와 오래된 듯 재질이 살아있는 무광 가죽이 도시적인 세련미를 표현하는 소재로 각광받는다”고 말한다. 두 가지 소재를 섞어 쓰거나 같은 소재라면 다소 가라앉은 듯한 두 가지 색상을 사용해 면 분할 효과를 내는 것도 많다. 톤온톤(tone-on-toneㆍ비슷한 색상을 병렬시키는 방식) 매치의 겹쳐입기 효과를 부츠에도 적용한 결과다. 모피의 활용도 두드러진다. 가죽을 바탕으로 하되 부츠 통 부분에 같은 색상의 모피를 덧대거나 이음새 부분에 얇게 모피를 덧대는 형식이다.
이밖에 끈을 올려서 묶는 레이스업 스타일과 버클을 달아 밀리터리패션의 느낌을 살린 부츠, 발목 부위에 주름을 잡아 느슨하게 올라오는 미디길이 등도 여전히 인기를 얻고있다.
▲ 연출법- 대비 vs 조화
부츠를 제대로 연출하려면 무엇보다 그날 옷차림의 컨셉을 정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행하는 미니스커트와 핫팬츠에는 어떤 종류의 부츠나 어울리지만 가장 트렌디한 것은 라펠 부츠를 그대로 신거나 펼쳐서 허벅지까지 덮도록 길게 연출하는 것. 짧고 긴 대비효과가 강렬한 멋을 더한다.
남성적인 느낌의 하체에 착 달라붙는 팬츠나 레깅스 차림에는 발등이 강조되는 부띠가 제 격이다. 이때 레깅스 위에 미니스커트는 입지않고 하체의 선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세련되어 보인다.
로맨틱한 프릴 블라우스나 볼륨있는 치마, 혹은 무릎을 조여주는 큐롯팬츠에는 종아리의 선을 살려주는 레이스업 스타일이나 통부츠가 조화로운 성장(盛裝)을 마무리해준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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