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발언을 부정하는 브리핑인데 본인에게 보고는 했느냐." "사후에 보고하겠다."
1일 저녁 외교통상부에서는 '이상한' 브리핑이 진행됐다. 이날 오후 국정감사장에서 유명환 1차관이 북미간 최대 현안인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의 해법을 밝히자 이를 부인하는 비공식 브리핑이 급히 잡힌 것이다.
유 차관 발언은 '미 재무부가 BDA 북한 계좌 조사결과를 발표하면 중국 정부가 동결된 북한 합법 자금을 풀 수 있다'는 취지였다. 사견을 전제로 하기는 했지만 장관을 대행하는 고위 인사의 공식 발언인 만큼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말대로 문제가 풀린다면 6자회담의 1차 걸림돌이 제거돼 북미 대타협이 멀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부 핵심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유 차관의 발언을 전면 부인했다. "차관 발언은 개인적 추측일 뿐"이라고도 했다.
유 차관 발언의 진실은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그가 현 상황을 과도하게 해석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의 희망사항을 외교적 고려 없이 불쑥 떠들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오해를 부른 그의 신중치 못한 자세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유 차관의 발언은 이미 정부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를 급히 아니라고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다른 당국자는 "미국이 그런 방침을 정했다고 통보하지 않았고, 북미간 협상에서 나온 내용을 우리에게 다 알려주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북미 협상 결과가 한국쪽에서 먼저 흘러나가면 미국측의 항의가 거세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외교안보라인의 어수선한 개편으로 어디보다도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야 할 외교부에서까지 '한 지붕 두 목소리'식 혼란이 빚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정치부기자 정상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