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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賞등 석학 3인 수상비결 "열정 갖고 자유롭게 연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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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賞등 석학 3인 수상비결 "열정 갖고 자유롭게 연구하라"

입력
2006.11.0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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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수준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실감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노벨상 콤플렉스’는 여전하다. 과연 노벨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노벨상 배출의 여건은 무엇일까?

200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그로스(65·캘리포니아주립대<산타바바라> 카블리 이론물리연구소 소장), 1994년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메달을 받은 에핌 I 젤마노프(51·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석좌교수), 광자전자기학 분야의 랭크(Rank)상 수상자인 찰스 H 베넷(63·IBM T J 왓슨연구센터 수석연구원) 등 세 명의 석학이 고등과학원 창설 10주년을 맞아 2일 서울 청량리2동 고등과학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로스 교수는 “노벨상을 받아 결과적으로 연구에 해를 끼쳤다”는 농담부터 던졌다. 그는 “노벨상은 비유하자면 토네이도 속으로 휩쓸려가는 것으로, 아직도 바람이 잦아들지 않았다”며 “수상 후 엄청난 여행과 강연으로 연구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젊은 시절 누렸던 자유는 노벨상의 싹이 되었다. 그는 “내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젊은 시절 프린스턴대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연구한 덕분”이라며 “젊은 과학자들이 흥미있는 문제를 마음껏 추구하고, 여행하고, 당장 결과를 내야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하라”고 말했다. 그는 양성자나 중성자를 구성하고 있는 입자인 쿼크는 멀어질수록 서로 당기는 힘이 강해져 독립적으로는 관찰할 수 없다는 ‘점근적 자유’를 규명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러시아 태생으로 중등교육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젤마노프 교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수학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려면 몇 년의 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두려움이 없었다. 그저 난제들을 공략해 열심히 풀었을 뿐이고 운이 따르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좀더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 정부의 연구비 지원은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젤마노프 교수는 말했다. 그는 “고등과학원은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단점도 많다”며 “연구기관이 좀더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미국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처럼 개인 기부금에 의해 재정적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넷 수석연구원은 민간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는 “IBM 같은 민간기업이 기초과학을 연구하면,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나도 이 곳에서 연구를 할 수 있구나’라고 여겨 몰리게 된다. 결국 기업이 최고의 인재를 불러모으는 기회가 되고 그러다 보면 중요한 문제를 풀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한국의 기초과학 역량이 매우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로 매년 두 달간 한국에서 지내는 젤마노프 교수는 “8월 세계수학자연맹(IMU)에서 고등과학원의 교수 또는 연구원 출신 3명이 강연자로 초청받았는데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도 초청자가 1,2명에 불과하다”며 “한국에는 아주 강력한 수학자 세대가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스 교수도 “고등과학원 등 한국의 물리학자들과 입자물리 등에 대해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저명한 과학자로 이름을 남기게 된 데에는 과학에 대한 열정을 빼놓을 수 없다. 베넷 연구원은 “나는 변호사 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왜 다른 사람들은 과학이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로스 교수는 목소리를 높여 이렇게 말했다. “가장 흥미로운 인생의 형태가 과학자입니다. 얼마나 좋은 삶인가요! 인생 내내 새로운 것을 보고, 공부하고, 탐험하고, 정말 흥미로운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정말 대단한 인생이죠(Wonderful, wonderful Life).”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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