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미워도 사람은 불쌍하잖아요.”
1년 6개월의 도피 끝에 31일 경찰에 붙잡힌 청송감호소 탈주범 이낙성(42)씨에 대해 송모(33ㆍ회사원)씨는 연민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1일 “탈주범 하면 신창원 등 신출귀몰하는 범죄자가 떠올랐는데 나쁜 짓도 아니고 술에 취해 넘어져 이와 턱이 엉망이 됐다니 딱하다”며 “주위에서도 ‘안됐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일용직인 고모(43)씨도 “쫓기는 신세만 아니면 나랑 나이도, 처지도 비슷하더라”라며 “얼마나 나쁜 죄를 저질렀는지는 잘 모르지만 살려고 발버둥쳤던 모습이 안쓰럽다”고 했다.
이씨에 대한 동정여론이 늘고 있다. 네티즌뿐 아니라 일반인은 검거 당시 이씨의 옹색한 행색과 붕대로 감싼 얼굴, “힘들어서 자수하고 싶었다”는 진술, 4개월만 참았으면 자유의 몸이 됐을 것이라는 소식에 안타까움마저 느끼고 있다. 이른바 ‘유사 스톡홀름증후군’ 양상이다.
동정의 근거는 두 가지다. 먼저 흉악한 범죄자 이미지와는 다른 이씨의 측은한 외형이다. 이는 단순하게 영웅시 했던 신창원 때와는 달리 감정의 울림이 깊다. 연세대 황상민(심리학) 교수는 “(신창원처럼) 법질서의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동정심이 거의 안 생길 텐데 이씨는 ‘저 사람이 과연 저런 벌을 받아야 하나’라고 여길만큼 초라한 외모와 탈주 뒤의 평범하고 성실한 생활이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악법의 마지막 희생양이라는 해석도 있다. 대학생 이모(27)씨는 “사회보호법(1980년)은 신군부가 삼청교육대 뒤처리를 위해 만든 악법이었다”며 “진작 없어졌다면(2005년 9월 폐지) 이씨가 징역을 살고 다시 감호소에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추가범죄를 저지르지 않은데다 사회보호법과 연계하면 동정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이날 청송3교도소(옛 청송감호소)에 다시 수감됐다. 전날 경북 안동의 치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추가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조만간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스톡홀름증후군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일어난 은행강도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무장강도 4명은 엿새 동안 인질극을 벌였는데 인질로 잡힌 은행 직원과 손님들은 차츰 범인에게 호감과 지지를 나타내며 경찰에게 대항했다.
사건 뒤에도 범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았다. 이후 범죄자나 살인범을 동정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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