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중 3국이 31일 북핵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한 뒤 대북 금융제재, 북한에 대한 핵 보유국 인정여부 등 쟁점을 놓고 북미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북한 외무성은 1일 조선중앙통신과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조ㆍ미(북미) 사이에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 해결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6자 회담에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실무협의를 거쳐 6자 회담에서 논의는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이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데 있다”고 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금융제재 관련 언급과는 차이가 있다.
북측은 ‘논의와 해결’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해결, 즉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계좌 동결 등 금융제재에 대한 미측의 양보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 반면 미측은 위조지폐 제조 및 돈세탁 중지를 위한 북측의 의지와 실질적 조치를 제재 해제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유명환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 통외통위 국정감사에서 “6자 회담이 재개되면 미 재무부가 조사결과를 마무리, BDA를 돈세탁 은행으로 확정할 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을 푸느냐 압수하느냐 문제는 중국 정부의 판단으로 돌아간다”며 “이런 형태로 BDA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는 베이징(北京) 3자회동에서 북미가 BDA 문제 해법에 대해 이미 모종의 합의를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이 같은 방식의 BDA문제 해결에 대해 북미간에 전혀 얘기된 바 없고, 미국이 우리에게도 말해준 게 없다”며 “미 재무부가 통상적으로 처리하는 프로세스를 말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 문제에 대해서도 힐 차관보는 “미국은 물론 러시아, 중국 등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반면 김계관 외교부 부부상은 3자 회동에서 “우리는 핵 보유국”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측 관계자는 일부 국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핵 보유 이전과 이후는 상황이 다르며 6자 회담은 핵 군축회담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와 관련, KBS 라디오 방송에 출연, “핵 보유를 전제로 한 협상은 가능하지 않다”며 “(북한의 핵무기 군축협상 제기)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 없지만 (북한이 군축협상을 제기한다 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조건 없이 6자 회담 복귀를 결정했다고 했으나, 향후 6자 회담에서 이 같은 쟁점을 놓고 북미 양측, 또는 북한과 5자 당사국간 상당한 갈등과 충돌이 예상된다.
한편 한미일 3국 6자회담 수석 대표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ㆍ11월15~19일) 회의에 앞서 회동을 갖고 대북조치를 조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6자 회담 재개시 당사국들이 9ㆍ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며 “한미일 3국이 이를 위해 사전에 3자 회동을 통해 북측에 요구할 것과 줄 것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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