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가 6자회담의 재개 합의를 통해 극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가자 국제사회의 다음 관심이 이란 핵 문제로 쏠리고 있다. 북한 핵문제가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과 중국의 중재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자 미국이 다음 공략 목표를 이란쪽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은 31일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수용하자 즉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외무장관들에게 “이란 제재 결의안의 통과를 막고 있는 견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결단을 촉구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유엔 안보리와 독일은 가능한 빨리 이란 결의안이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며, 미국도 안보리의 결의안 채택이 가능하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핵실험이란 최후의 ‘막가파식’행동에 나섰던 북한이 국제사회의 공조에 따른 압박이 가시화하자 결국 대화의 장으로 복귀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혀진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북한의 굴복이 이란 핵 문제를 풀 수 있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유엔의 이란 제재를 거세게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ㆍ비확산담당 차관도 이날 모로코에서 열린 핵테러방지구상 회의에서 “이란은 북한에 비해 훨씬 까다롭고 더 위험하다”면서 이란 핵 문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고립돼 있지만 이란은 그렇지 않다”며 “이란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에 위치해 있고 원유도 중요한 요소다”고 말해 지정학적, 에너지 자원 측면에서 이란 핵 문제가 북한 핵에 비해 더 풀기가 어렵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조지프 차관의 발언은 북한의 경우 중국이 목전의 핵무기 배치와 동북아의 핵확산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이란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지 못하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의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이란 핵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최종 입장은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해 유엔 안보리의 이란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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