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국정원장의 후임으로 1일 김만복 국정원 1차장이 내정됨에 따라 ‘외압설’, ‘내부 알력설’등으로 뒤숭숭했던 국정원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논란의 불씨인 ‘일심회’ 수사의 향방도 주목 받고 있다.
당분간 국정원은 ‘한 지붕 두 원장’ 체제가 불가피하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김 내정자가 신임 원장으로 정식 취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개월은 걸린다. 그 기간 동안 김 내정자는 1차장으로서 김승규 원장을 모시며 청문회 준비와 인수작업을 해야 한다.
두 사람 사이는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후임 인사 발표 직전 김 내정자를 겨냥해 “내부 인사의 발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두 사람이 대북 정책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는 얘기도 있었고, 김 내정자 등 국정원 뿌리 세력 일부가 김 원장을 ‘왕따’시켜 왔다는 소문도 있었다. 때문에 당분간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는’원장과 ‘뜨는’ 원장이 공존하는 격이다. ‘뜨는’원장에게 힘이 쏠리고 정보가 몰릴 수밖에 없다.
언론 인터뷰 등으로 여권 내부에서조차 비판을 받은 김 원장으로서는 앞으로 한 달이 고통스런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김 원장이 조기에 국정원을 떠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일심회 수사의 향배다. 수사를 이곳까지 끌어온 것은 김 원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다. 김 원장이 대공 수사라인을 독려하고 힘을 실어줬다. ‘충격적 간첩단 사건’이라고 규정한 것도 김 원장이다. 물론 김 원장의 정식 퇴임 시기를 고려하면 수사를 마무리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김 원장이 급속히 세를 잃고, 국정원 조직이 김 내정자의 눈치를 보게 되면 일심회 수사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있다. 한나라당 소속 한 국회 정보위원은 “더 이상 캐지 못하고 수사가 장민호 선에서 흐지부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국정원은 “이번 인사로 수사에는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정원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30년 넘게 정보맨으로 근무한 만큼 국가 안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며 “김 내정자가 더욱 의욕적으로 일심회 수사를 독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청와대 386 압력설’ 등으로 홍역을 치른 만큼 국정원이 뚜렷한 수사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새로운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나라당도 “수사 결과가 부실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간첩단 수사가 쉽사리 흐지부지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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