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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로 엮어낸 스릴러 '프레스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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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로 엮어낸 스릴러 '프레스티지'

입력
2006.11.0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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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레스티지> (The Prestige)의 배역진은 제목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명망 있는 배우들로 꾸려졌다. <배트맨 비긴즈> 의 크리스천 베일과 <엑스맨> 시리즈의 휴 잭맨이 이야기의 얼개를 맞춰가는 주요 인물로 포진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여신(女神) 스칼렛 요한슨과 록 스타 데이빗 보위, 영국의 원로배우 마이클 케인, <반지의 제왕> 시리즈 골룸 역의 앤디 서키스가 베일과 잭맨의 연기를 든든하게 지원한다.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 기억력과 불면증을 각각 소재로 한 <메멘토> 와 <인썸니아> 로 스릴러 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한단계 올려놓았던 감독이다. 이름만으로도 팬들의 귀를 쫑긋거리게 할 배우들과 검증된 감독의 만남. 이보다 더 좋은 조합도 드물다.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최고의 마술사를 꿈꾸던 보든(크리스천 베일)과 엔지어(휴 잭맨)가 19세기 후반 런던을 배경으로 지독한 악연을 이어가며 목숨을 건 마술 대결을 펼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관객의 두뇌회전보다 더 빠른 전개로 이야기를 몰아가는 놀란의 연출은 거미줄처럼 끈끈하고 촘촘하다. 상대방의 마술비법을 캐기 위해 납치까지 서슴지 않는 두 사내의 자존심 싸움도 박진감 넘치게 이어진다. 눈보다 손이 빠르면 어떤 속임수도 가능하다는 마술의 비밀스러운 이면을 훔쳐보는 재미는 이 영화의 덤.

숱한 물음표를 떠올리게 하며 전진을 거듭하던 영화는 스릴러답게 결말에서 당연하게도(!) 반전을, 그것도 두 개를 준비한다. 일부 관객은 감탄사와 함께 무릎을 칠 수도 있겠지만 <프레스티지> 의 반전은 경이롭지는 않다. 반전 중 하나는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나머지 하나는 스릴러를 표방한 이 영화가 혹 판타지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할만큼 다소 생뚱맞다. 그래서 자신이 최고임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까지 내놓은 두 사람의 뒤틀린 욕망에 대한 비판도 메아리 없이 사라진다.

제목 <프레스티지> 는 신의 경지에 도달한 마술의 최고 단계를 의미한다. 11월2일 개봉. 15세.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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