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과의 대립상이 노골적이다. 외교안보 팀 개편을 계기로 양측은 제 갈 길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주고 받았다. 서로가 이런 차이를 의식적으로 확인하려는 듯한 모양새는 더 큰 문제로 비친다.
당측이 안보와 경제에 치중하는 국정의 외연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데 대해 대통령은 내부 코드를 강화하는 개각을 강행했다. 집권의 양 축이 각기 상처를 입고 입히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1년 여 남은 임기 말 국정이 암담하다.
앞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대립 과정은 더욱 격화할 소지가 크다. 당 쪽이 되도록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으려는 시도를 가속화할 것이고, 대통령이 당을 위해 헌신할 기미도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양 쪽이 초당적인 국정에 관심을 돌리는 변화를 기할 것이냐 하면, 그것은 결코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경제와 안보의 관리ㆍ회복이 발 등의 과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지금까지 이를 악화시켜 온 장본인들이라는 점에서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이를 인정하거나 시정할 여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어제의 개각은 국민과 정치권에 이를 공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책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비판의 소리에 귀 닫고 눈 감겠다는, 예의 '고집 정치'가 계속될 것임을 말한다. 그럴수록 필요한 것이 여당의 지원이지만 딴 사람도 아니고, 집권 파트너인 여당과도 얼마든지 맞서겠다는 것이니 파탄도 불사할 작정인 듯하다.
여당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소리를 새삼 외치는 데에 '우리라도 살겠다'는 의도가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노 대통령이 빠져 줘야 정계 개편이든 무엇이든 도모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민심과 여론의 흐름에 올라 타겠다는 얄팍한 동기가 뻔뻔하지만 적어도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는 그들이 말하는 대로다.
대통령과 여당이 외마디와 외곬수만을 주고 받는 동안 각 분야의 위기는 중첩될 것이다. 집권의 자리에 머물러 앉아 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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