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정계개편 논의 등을 위한 2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폭풍전야의 분위기다. 김한길 원내대표가 “대통령은 안보ㆍ경제에 집중해달라”며 사실상 정치에서 손을 떼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놓고 전날에 이어 1일에도 친노(親盧)-비노(非盧) 세력간 신경전은 계속됐다. 당 진로와 정계개편 방법에 대한 근본적 인식차에 따른 양 세력의 대결은 의총에서 불꽃을 튈 전망이다.
양측 다툼은 이날도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 발언에 대한 친노 진영의 공격부터 예사롭지 않다. ‘의정연구센터’ 이화영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 “국정감사 막바지 시점에 원내대표가 마치 전사들이 개별 전투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장수가 그 전투 소용없다고 흔드는 것 같은 이런 식의 방법론 제기가 적절한지 매우 의문스럽다”며 “뜬금 없이 당의 본질을 흔들고 있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참여정치실천연대’ 김형주 대표도 “당 안팎의 혼란만 부르는 언급”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을 배제하는 주장에 절대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이해타산에 얽매인 대통령 공격은 당에도 손해”(이광재 의원)라는 말도 나왔다.
더구나 노 대통령이 22일 천정배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에서 누가 옳은지 겨뤄 보자”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 공개되면서, 양측의 정면충돌 가능성은 더 커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더 큰 세력은 비노 진영이다. 김 원내대표 주장에 공감하는 인사들이 상당한 것이다. 중도보수성향인 안개모 소속 의원 13명은 이날 아침 모임을 갖고 김 원내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박상돈 의원은 “대통령은 안보, 경제 부분에 집중하는 게 좋다는 발언에 인식을 함께 한다고 정리했다”고 전했다.
신당론을 설파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도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김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제기한 인사문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적이었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주도할 때만이 신당 창당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될 것”이라며 당 주도의 국정운영을 강조했다. 신당론자들은 노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구난방으로 불거지고 있는 정계개편 논의를 당분간 자제하고 질서있게 진행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단 진정하고, 정기국회 후 체계적으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2일 의총에서 친노와 비노 세력의 충돌이 격렬할 경우 냉각기를 갖자는 차원에서 이 같은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총은 확전이냐 잠시 휴전이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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