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될 6자 회담은 대북 금융제재 문제가 어떻게 논의되느냐에 따라 향배가 결정된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31일 “회담에서 금융제재에 관한 북한의 우려를 다룰 것이며 실무그룹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미국이 북한의 우려에 어떤 답변을 마련하느냐다.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에 대한 동결조치로 발이 묶인 2,400만달러의 자금이 돈세탁, 위폐 제조 등과 관련 있어 외교협상으로 매듭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럭 1대분의 막대한 BDA 계좌 관련 서류를 확보해 자금 흐름을 추적해온 미국은 어떤 계좌가 불법 계좌이고, 어떤 계좌가 합법 계좌인지 구분이 불가능해 총체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처음에는 모든 계좌가 합법자금이라고 주장하다가 핵 실험 이후 위폐 제조 등에 혐의가 있는 관련자를 처벌할 것이라며 완화된 입장을 취했다. 계좌들을 일일이 가려 합법, 불법 계좌로 나눈 뒤 합법 자금에 대해서는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측통은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 고백하는 것과 비슷하게 불법 사안을 일부 시인한 뒤 금융제재에서 벗어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제재를 푸는 방식은 매우 복잡하다.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는 미국의 조사결과 공개→북한의 해명→선별적 해제 수순을 언급했다. 이를 실제 상황에 대입하면 6자회담 실무그룹에서 미측이 BDA 계좌 추적 결과를 밝히고, 북한이 성실히 답변해 접점을 찾아가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이 상황은 추적 결과를 공개해야 하는 미국의 양보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해명이 미국의 의혹을 풀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점친다.
이런 가운데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은 1일 BDA 문제를 돈 세탁 관여에 대한 판단 문제와 그 정보로 수사를 계속하느냐 하는 두 가지 문제로 나누고 “두 문제를 분리해서 처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즉 미국이 돈의 출처가 규명된 계좌의 문제는 일단락짓고 불법 행위 문제는 지속적으로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측이 일부 동결자금을 해제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금융제재 문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미국이 미진한 북한의 해명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북한이 어느 정도 성실한 해명과 6자회담 진전 의도를 미측에 내놓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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