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도 한달 새 2조5,000억원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처럼 과열양상을 보이자,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감독기관은 일제히 가계의 채무 상환능력 악화와 이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10월30일을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잔액은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이 전월말 대비 1조8,825억원 증가하는 등 총 2조5,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집값 상승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늘어난 데다 급등에 불안감을 느낀 서민층 마저 "빚을 내서라도 집부터 마련하자"며 주택구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월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 5월 2조7,000억원대를 기록한 후 감독기관의 지도에 따라 6월말 1조4,746억원으로 감소세로 전환해 7월 1조3,200억원, 8월 8,897억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사철을 맞아 9월 1조7,558억원으로 다시 급증한 후 10월 들어 증가폭이 더 커졌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창구지도 강화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억제에 나설 준비를 하는 등 감독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성화 은행감독국장은 "주택담보대출이 10월에만 2조5,000억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세가 지속될 경우 은행 일선지점 대출절차에 대한 직접 검사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가계의 금융부채가 빠르게 늘어나 가계의 채무부담능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가계의 금융부채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전년 말 대비 8.6%(연율 기준) 증가했다.
이에 비해 가계의 금융자산은 3.7%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상반기 말 금융자산대비 금융비율은 44.3%를 기록했는데, 이는 미국(32%) 일본(26%) 등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 기간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5.2%에 그쳐, 개인가처분소득대비 금융부채 비율 역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는 등 부채상환능력도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200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분할상환방식 대출의 거치기간이 11월부터 종료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가계의 채무부담을 더욱 무겁게 하는 요소다.
대출의 거치기간(통상 3년) 이후에는 원금도 함께 상환해야 하기 때문. 게다가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은 1.1%에 불과해 만약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가계의 빚부담이 가중돼 결국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가계대출은 336조6,000억원으로 15조6천억원(4.9%)이나 급증했다"며 "총대출이 급증하는 경우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신규 부실도 증가하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에 부실 채권의 신규 발생이 증가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 기관들은 위험관리에 나서라"고 경고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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