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 중국이 6자회담 재개에 합의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11월 말 본회담이 열리기 전 각국이 풀어야 할 숙제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 금융제재 타협책 마련 등 다양한 난제를 각국이 슬기롭게 헤쳐나가지 못한다면 6자회담은 시작 전부터 삐걱거릴 가능성이 높다.
몇차 6자회담인가
지난해 11월 열린 5차 6자회담은 9ㆍ19 공동성명 합의 직후 터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 문제 때문에 성과 없이 끝났다. 금융제재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더라도 핵 문제가 걸림돌로 부상할 수 있다.
핵실험까지 마친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내세워 군축회담을 요구하며 9ㆍ19 합의 틀을 넘어선 양보를 원할 것이다. 회담 성격도 6차 6자회담 혹은 ‘새로운 6자회담’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다른 5개국은 9ㆍ19 성명이 회담의 시작이라고 본다. 공동성명에는 북핵 폐기와 에너지 제공, 북미관계 정상화 등 모든 현안에 대한 해결책이 담겨 있다. 따라서 성명 자체만 실행에 옮겨도 북핵 문제는 큰 가닥을 잡게 된다는 논리다. 정부 당국자는 “재개되는 6자회담은 9ㆍ19 합의 이행방안을 다시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지난해 11월에 이어 5차 2단계 6자회담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핵 보유국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제재 모자는 벗었나
북한은 1일 외무성 발표에서 “6자회담 틀 안에서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ㆍ해결한다는 전제 아래 회담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측도 실무그룹을 구성해 BDA 문제를 다루겠다는 뜻을 북측에 전했다.
결국 북한은 아직 금융제재의 모자를 벗지도 않았는데 6자회담에 복귀한 격이 됐다. 지난 1년간 금융제재 해제를 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제기하던 북한의 고집이 무색해진 대목이다. 특히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은 북한이 회담에 나오면 논의한다(address)는 입장을 전했지 해결을 보장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노림수는 무얼까. 전문가들은 3월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BDA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사실을 상기시킨다.
북측은 이 자리에서 달러 위조 책임자 처벌, 관련기계 압수 등의 조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특히 ‘북미 비상설협의체’를 구성해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자는 얘기도 했다는 게 외교당국 전언이다. 미국이 그 동안 보였던 “불법행위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강경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만큼 타협 가능성도 엿보인다.
11ㆍ7 미 중간선거 변수
북미의 회담 재개 합의에는 11월7일 미국 중간선거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 상ㆍ하원 모두 민주당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공화당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선택해 여론을 돌리려 했고, 북한 역시 선거 결과 자신이 유리한 위치에 섰다고 판단하며 회담에 나오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선거 결과를 바꿀 만한 영향력이 없고, 또 선거 결과가 미국의 외교정책을 바꾼 선례가 없기 때문에 민주당의 의회 장악도 미국의 전향적인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북한이 이를 오판해 미국의 무조건적 양보만 요구한다면 회담은 파행으로 끝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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