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달팽이 모양의 독특한 건물 외관과 현대 추상미술 작품의 기획전시로 유명한 문화 명소이다. 스페인 빌바오, 이탈리아 베네치아, 미국 라스베이거스, 독일 베를린 등 전 세계 다섯 군데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운영하는 구겐하임 재단의 토마스 크렌스 관장이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1주년(10월 28일)에 맞춰 방한, 31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크렌스 관장은 1990년만 해도 45만명 수준이던 구겐하임 미술관 입장객을 최근 300만명 으로 끌어올려 포브스 지에 의해 ‘미술관 운영 방식에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전략가’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뉴욕 구겐하임 18달러, 빌바오 구겐하임 12유로라는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늘어난 이유로 “전시의 다양화와 사회 현상에 대한 예술적 문제 제기”를 꼽았다.
‘브랜드화’는 그가 가장 강조하는 구겐하임의 성공 비결이다. “지난 15년간 250개 이상의 전시회를 기획했는데 가장 각광받은 것이, 순수 예술이 아닌 모터사이클 전시였습니다. 모터사이클 전시를 예술의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는데, 이로 인해 전에는 미술관에 오지 않던 사람들도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패션, 디자인 등 다른 분야에도 적용했습니다. 전시 내용보다는 구겐하임에서 한다는 자체가 중요한 상황 즉 브랜드화가 가능해졌습니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 소장품을 공유한 것도 구겐하임의 세계화를 가능케 했다.
그는 미술관, 박물관이 갈등 해소 등 정치가 하지 못하는 일까지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빌바오는 바스크 분리주의 운동의 근거지로 매우 위험한 지역이었으나, 97년 구겐하임 미술관이 개관하고 관광객이 몰리면서 분쟁이 크게 줄었다”며 “문화가 정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도 구겐하임이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그는 “중국은 인구가 많고 역사도 길어 미술관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한국도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설할 수 있는 후보 지역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윌리엄칼리지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뒤 뉴욕주립대와 예일대에서 각각 예술학과 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3대학에서 모두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윌리엄칼리지 미술사 교수로 있다가 88년부터 구겐하임 미술관장을 맡고 있다.
한편 동석한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경복궁 시절에 비해 해외 관람객이 10분의 1로 줄어든 만큼 개관 1주년을 계기로 해외의 아는 인맥을 활용, 외국 관람객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또 “우리 유물을 해외에서 전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며 “현재 프랑스와 구체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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