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전통이 산 자의 넋을 억누른다.”
사회주의를 연 마르크스의 말인데, 그의 이념이 맞았느냐 여부를 떠나 지금 우리가 논의 중인 정보통신산업의 미래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한 사회나 국가의 정치제도도 그렇지만 산업의 구조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데는 기존 제도나 산업의 저항을 받게 마련이다. 비록 새로운 조류가 맞다 하더라도 그 구성원이나 이해 관계자들이 새로운 질서에 맞추어 재편되기 전까지는 많은 논의와 저항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잘 극복하면 한 발 앞서 변신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방폐장의 아픈 경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도 그런 것이다.
지금 우리가 첨예하게 논의하는 교육제도, 통방융합 등이 모두 그런 현상의 하나로 보인다. 선두 주자가 아니면 늘 과도기이게 마련인데, 아쉽지만 우리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변화를 강요 받는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 GDP의 15%, 수출의 30%를 차지하면서 성장을 주도하는 정보통신산업을 각 부처가 저마다 관여하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최근에는 컨버전스에 의해 정보통신기술이 전통산업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땅 따먹기가 더 심한 느낌이다.
하지만 좀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 전통산업의 건강을 유지하는 일도 중요한 일이다. 신산업이 좋아 보인다고 해도 그 구성원의 생각과 자질이 다 갖추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많은 기존 기업들이 벤처 붐에 뛰어들었다가 재미를 못 본 최근의 경험도 있지 않은가.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일은 상황에 맞추어 결사대나 특공대가 필요한 일이다. 기왕에 정보통신부를 만들었으면 신산업의 세계화에 결사적으로 매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외고나 특목고가 좋다고 모든 학교를 특목고로 바꾼다면 그게 효과적일 수 있겠는가?
전 소프트웨어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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