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판매하는 휴대폰 가격이 수출용보다 3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휴대폰 판매량은 변화가 거의 없는데도 제조업체들의 국내 매출은 계속 증가, 결국 고가 휴대폰 출시를 통해 업체들 배만 부른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심재엽(한나라당) 의원은 31일 정보통신부 국정 감사에서 "정통부의 연도별 휴대폰 평균 판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국내 판매 가격은 대당 37만1,000원으로 수출용(11만원)보다 3배 이상 비쌌다"고 밝혔다.
국내 평균 판매가는 2001년 28만6,000원에서 올 6월말 현재 37만1,000원으로 5년 사이에 약 30%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수출 가격은 2001년 19만7,000원에서 올 6월말 현재 11만원으로 오히려 5년전보다 60% 가량 떨어졌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국내 판매량이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도 국내 매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가격폭리를 취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휴대폰 내수 판매량은 2001년 1,400만대에서 지난해 1,300만대로 5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다.
그러나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내수 매출은 2001년 4조원에서 지난해 4조8,0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20% 가량 늘었다. 올 상반기 내수 판매량은 740만대, 제조사들의 내수 매출은 2조6,000억원이다.
휴대폰 수출은 2001년 3,800만대에서 지난해 2억1,000만대로 크게 증가했으며 여기 맞춰 수출로 올린 매출도 2001년 11조원, 지난해 27조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올 상반기 수출물량은 1억1,300만대, 수출 매출은 12조원이다.
심 의원은 휴대폰의 국내 판매가가 높은 이유를 정통부가 유럽식(GSM) 대신 미국식(CDMA) 이동통신 기술을 선택한 정책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심 의원은 "세계 휴대폰 시장은 GSM 이용자수가 6월말 현재 20억명으로 CDMA 이용자수(2억8,000만명)의 7배에 달한다"며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좁은 시장에서 경쟁에 이기기 위해 고가 단말기를 만들어 국내외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CDMA 기술 사용료로 미국 퀄컴사에 지급한 기술 사용료가 지난해 4,800억원 등 2001년부터 5년 동안 2조원을 넘어선 것도 휴대폰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심 의원은 "국민들은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외국보다 훨씬 비싼 휴대폰을 평균 18개월에 한 번씩 구입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희생이나 고통이 따르지 않는 신중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