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2006 도하 아시안게임(12월1일~15일)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채 도하 아시안게임의 금메달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종목별 유망주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편집자 주>편집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만큼 금메달을 목표로 한 각오도 비장했다. ‘한국 복싱 중흥’의 기수 이옥성(25ㆍ보은군청). 지난해 11월 19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아마복싱의 스타 계보를 이을 기대주로 각광 받고 있다.
# 지난 5월 김기석 꺾고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감격복싱 밖에 모르는 연습 벌레…태국 솜지트 넘어야 金
이옥성은 오랫동안 힘든 시절을 겪었다. 중ㆍ고시절에는 늘지 않는 체중과 싸워야 했고, 체중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는 ‘천적’ 김기석(26ㆍ영주군청)의 벽을 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98년부터는 고질적인 목 디스크와도 싸우고 있다.
“고교 1년 때까지 36kg에 불과했습니다. 병원도 가봤지만 몸은 정상이래요. 갖은 방법을 동원해도 체중이 늘지 않아서 고교 2년 때야 전국 무대를 밟을 수 있었죠.” 처음 나선 전국 무대였던 중ㆍ고선수권 결승전에서 김기석을 만나 2-3으로 판정패 했다. 체중 문제를 가까스로 해결한 이옥성이 만난 새로운 벽이었다. 그 벽을 넘어서는데 무려 9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이옥성은 김기석에게 8전 전패한 끝에 지난 5월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처음으로 ‘천적’을 꺾었다. “아테네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졌을 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길 것 같은데 막상 링에 올라가면 몸이 반응을 안 해요. 그런데 막상 이기고 나니까 싱겁데요. 굉장히 좋을 줄 알았는데 별로 특별한 기분이 안 들어요. 링 밖에 나가서는 절친한 친구기도 하고….”
이옥성은 복싱 밖에 모르는 연습벌레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매우 냉정하다. “같은 체급 선수에 비해 신장이 좋은 정도가 장점이 될까. 복서로서 단점 투성이에요. 스피드도 처지고, 몸도 뻣뻣하고, 펀치력도 떨어지고, 요새는 게을러지기까지 했어요.” 세계선수권자 치고는 지나친 겸손이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한 이런 끊임없는 채찍질이 오늘날의 이옥성을 있게 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성실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훈련에 임했고 인파이터에서 아웃 복서로 스타일을 바꾸는 등 자기 개발을 위해 끊임 없는 노력을 기울인 ‘집념의 복서’다.
세계선수권 우승 때문에 주위에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떼논 당상’ 쯤으로 여기고 있지만 2003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솜지트 종조호르(태국)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를 넘어서야 한다.
“강적입니다. 비디오 분석 등을 통해 단점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몇 회전에서 만날 지 모르지만 금메달을 위해서는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죠.” 솜지트와의 맞대결은 2003년 골드벨트컵 결승전에서 당한 자신의 패배와 아테네 올림픽 1회전에서 패한 친구이자 라이벌인 김기석의 복수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 이옥성은 ‘필승’을 벼르고 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아시아 빛낼 월드스타들/ '황색탄환' 류시앙 '인간어뢰' 기타지마…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은 아시아 출신 월드 스타들의 경연장이다. 아시아 스포츠에 대한 서구의 편견을 깨뜨린 세계 최강자들. 세계를 호령하는 그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아시안게임에서 만날 수 있다.
육상 남자 110m 허들에 출전하는 ‘황색 탄환’ 류시앙(23ㆍ중국)은 ‘황인종은 육상 단거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없다’는 서구의 편견을 불식시킨 주인공.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110m 허들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지난 7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 슈퍼그랑프리 대회에선 12초88의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아시아 무대에선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류시앙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기록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일 전망.
수영에선 일본의 ‘인간 어뢰’ 기타지마 고스케(23)를 주목해야 한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미국의 브랜든 핸슨 등 체격조건이 월등한 서구 선수들을 제치고, 평영 100m와 2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최근 세계대회와 일본 국내대회에서조차 1위를 차지하지 못할 정도로 슬럼프를 겪고 있지만 ‘올림픽 금메달’의 경력은 무시할 수 없다.
역도의 레자자데 후세인(28ㆍ이란)도 최중량급(105kg이상급)의 세계기록(합계 472kg) 보유자.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석권했으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3관왕이 유력하다.
세계 무대를 휩쓸고 있는 중국의 여성 파워도 관심거리다. 아테네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금메달리스트 두리(24)는 올해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이변이 없는 한 그의 몫이 될 듯. 다이빙의 궈징징(25)도 세계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다. 아테네올림픽 3m 싱크로, 3m 스프링보드 2관왕의 실력을 이번 대회에서 감상할 수 있다.
그 외 테니스 세계랭킹 9위까지 올랐던 파라돈 스리차판(27ㆍ태국), 케냐 출신으로 아시안게임 개최지인 카타르로 국적을 옮긴 남자 3,000m 장애물의 세계 1인자 사에드 샤힌(23)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태극전사들 중에도 박태환(수영) 장미란(여자역도) 윤미진(양궁)은 아시아 무대가 비좁은 월드스타들이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