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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FF] '주몽' 고무줄 방영 누굴위한 것인가

입력
2006.10.3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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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건국에는 명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구려의 건국을 다룬 MBC <주몽> 의 연장방영에는 명분이 필요 없는 듯하다. 30일 MBC의 <주몽> 연장방영 결정에서 어떤 명분을 찾기란 매우 힘들다.

무려 20회에 이르는 연장방영으로 외주제작사 초록뱀과 올리브나인은 회사의 제작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고, 출연진들은 다음 스케줄에 지장을 받는다. 게다가 연장 방영분부터는 기획 단계부터 <주몽> 을 진두 지휘했던 최완규 작가가 빠진다고 한다. 물론 작품 종반에 이른 지금에서야 <주몽> 이 고구려 건국을 시작하니 이야기가 넘쳐 연장방영을 결정했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다.

하지만 <주몽> 의 고구려 건국이 늦어진 것은 스토리가 많아서가 아니라 이렇다 할 상황 변화 없이 단편적인 에피소드만 지지부진하게 반복한 <주몽> 의 완성도 탓이었다. 오죽하면 계속 캐릭터가 납치당했다가 구출돼 네티즌들에게 ‘납치 드라마’니, 일정에 쫓겨 불과 수십 명의 엑스트라로만 전쟁을 치러 ‘역사 시트콤’이니 하는 비아냥을 들었을까. 최완규 작가는 “20부가 늘어나면 엔딩이 달라져 집필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류 열풍과 작품성 높은 마니아 드라마들의 등장으로 한국 드라마의 위상은 높아졌다. 그래서 사전제작제 같은 제작 시스템 변화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그러나 정작 방송사는 시청률이 높아도 연장방영이 불가능한 사전제작제같은 건 원치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완성도에 상관없이 시청률만 높으면 되는 상품.

그것이 요즘 드라마를 보는 방송사의 시각 아닐까. 그러나 초반부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탓에 타 방송사 작품보다 10배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연장방영을 밀어붙이는 것은 독과점적인 시장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불량품을 쓰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때 <네 멋대로 해라> 등으로 마니아 드라마의 산실이었던 MBC가 드라마의 미래는 포기한 채 시청률만 쫓기로 한 것일까. 정작 <주몽> 에서는 명분을 지키는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고, 실리만 쫓는 대소는 탐욕스럽게 묘사되는데 말이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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