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투기열풍엔 '큰손'과 '개미'가 따로 없다.
서울 강남권 부자와 같은 '큰손'들은 추가 신도시 개발 후보지로 거론되는 수도권 지역 30평대 이상 아파트를 집중 매입하고 있으며, 무주택자나 세입자 같은 '개미'들 역시 더 이상 기다렸다가는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란 위기의식 속에 작은 평수라도 빚을 내 서둘러 구입하고 있다. 큰손이든 개미든 공통점은 정부의 집값안정 공언을 더 이상 믿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31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경기 광주시, 구리시, 남양주시, 하남시 등 '차기 신도시 후보지역'에서 최근 거래된 아파트의 절반가량은 서울 강남지역 거주자를 포함한 '외지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주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된 인천 검단ㆍ마전동 일대와 경기 파주시 일대에서 거래된 아파트들 역시 서울에서 흘러 들어간 '외지자본'이 대부분인 것으로 현지 중개업소들은 파악하고 있다.
남양주시 고산동 I공인 관계자는 "추가 신도시 입지가 거론되면서 매물이 회수되고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가격이 강세를 보여 정작 지역주민은 30~40평대 이상으로 집을 넓혀가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라며 "그러나 서울 투자자들은 높은 호가에도 개의치 않고 계약을 한다"고 전했다.
하남시 신장동 M공인 관계자도 "최근 하남과 광주시의 경우 20평대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내 집을 서둘러 장만하겠다는 무주택 수요자들이 계약을 많이 하고 있고 30평대 이상은 서울 송파와 강남, 분당 거주자들이 주로 계약을 하고 있다"며 "투자 목적으로 사는 외지인들은 주로 향후 신도시개발을 염두에 둔 가수요성 매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시, 구리시 등 향후 신도시개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는 다른 수도권 지역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묻지마 매입'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하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 예정지 인근인 마전동 A공인 관계자는 "신도시 발표 이후 1주일 새 호가가 1억원 이상 오르면서 이곳 주민은 사실상 살 엄두도 못 낼 형편"이라며 "적극적인 매입 의사를 밝히거나 계약하는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서울의 큰손들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묻지마 매입행태에 대해 버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수도권 집값은 버블에 가까운 이상 급등으로 보이는 만큼 분위기에 휩쓸려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자칫 가격 상투를 잡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며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부동산이 활황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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