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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희 "마를린 먼로 등 더빙하며 천의 얼굴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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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희 "마를린 먼로 등 더빙하며 천의 얼굴 배웠죠"

입력
2006.10.3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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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있고 해서 제 차례가 있을까 싶은데 항상 제가 낄 자리가 있더군요. 일 열심히 하면 운도 따르잖아요. 제가 딱 그래요.”

환갑을 훌쩍 넘긴 배우 나문희(65)의 활동 반경은 여느 20대 인기스타도 엄두를 못 낼 만큼 넓다. 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장밋빛 인생> <굿바이 솔로> 를 포함해 <소문난 칠공주> 의 못 말리는 할머니 남달구까지. 나문희 없는 인기 드라마는 상상하기 어렵다.

스크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주먹이 운다> 와 <너는 내 운명> 에서 관객의 코끝을 시큰하게 했던 그는 9일 개봉하는 <열혈남아> 에서는 자신의 아들을 죽이러 온 깡패 재문(설경구)에게 모성을 베푸는 국밥 집 주인 김점심 역을 맡았다. “그 연세에 욕심도 참 많지”라는 시기어린 말을 들을만하다. 그러나 그는 “욕심 때문에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워낙 일을 좋아하니까”가 그가 말하는 다작의 이유.

“제 욕심 부릴 새도 없이 일이 그득그득하다”는 그는 “기력이 떨어져 출연 제의를 많이 마다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지난 주말 동안 눈을 붙인 시간이래야 하루 평균 고작 2시간 정도. 6일 첫 전파를 타는 MBC 시트콤 <거침 없이 하이킥> 촬영 때문이다. “‘정준하(아들 역할을 맡은 코미디언)와 붕어빵이다’며 녹화시간까지 저한테 맞춰 바꾸니 힘들어도 다 하게 됩니다. 집에 들어가면 영감이 ‘잠 자’ 그 말 밖에 안 할 정도로 녹초가 되요.”

나문희는 1961년 MBC공채 성우 1기로 연기에 입문했다. 정규 연기 교육과정을 밟은 적은 없다. 그는 “타고난 배우도 아니다”고 고개를 젓는다.

“방송국 입사 후 이리 저리 연기 배우려고 나름대로 애 많이 썼어요. 그 중 외화 더빙이 많은 도움이 되었죠.” 성우 시절 그는 마를린 먼로, 미아 패로, 글로리아 스완슨 등을 대신해 천의 목소리를 연기하면서 자연스레 발성법을 터득했다. “외국 여배우들 캐릭터가 제 각각이잖아요. 목소리 연기하며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의 연기에 대한 열성은 <열혈남아> 에서도 빛났다. 촬영 초기 그는 안락하지만 장막에 둘러싸인 듯한 전주의 한 호텔 방을 이틀 만에 뛰쳐나와 곧바로 스태프가 묵고 있는 모텔로 달려가 합류했다. 배역의 성격을 파악하고 감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대본을 보니 가장 힘든 배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웠고, 이를 어쩌나 대책이 안 서더군요.”

그악스러우면서도 물기 어린 연기로 이 시대의 모성을 재구성하는 그는 화면 밖에서도 어머니 같은 존재다. <열혈남아> 촬영현장에서 그는 여러 먹거리로 스태프와 동료 배우를 다독였다. “먹을 것 챙겨주는 게 제 취미 생활이에요. 다들 자식 같아서 제가 대접 받기 전에 자연스럽게 베풀게 되요.”

그는 최근 음반 녹음까지 했다. <소문난 칠공주> 에서 오승근의 노래 <있을 때 잘해> 를 개사해 인기를 모은 <돌리고 송> 을 녹음한 것. “주변에서 잘한다 키워주면 제가 그냥 다하는 성격이거든요. 그게 문제예요.” 코믹한 가사와 몸놀림 때문에 TV 오락프로그램 출연 섭외도 빗발친다. 그러나 그는 “그냥 (드라마에서만) 귀엽게 봐주세요” 라며 모두 사양했다.

“영화와 TV 드라마 둘 다 좋다”는 그를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을 듯 하다. 마음에 와 닿는 배역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성격 때문. “처음엔 거부하다가도 막상 대본을 보면 제가 좋아서 달려 들어요. 그렇게 일하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 같아요. 그게 행복한 거죠.”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최흥수 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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