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조직원들은 지령과 보고문을 주고 받을 때 철저하게 은어(隱語)를 사용했다. 이메일 등으로 교신할 때 당국의 감청ㆍ검열을 피하고 혹시 발각되더라도 내용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이 입수한 일심회 보고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민주노동당을 ‘민회사’, 열린우리당은 ‘우회사’, 한나라당은 ‘나회사’로 각각 표기했다. 조직원 장민호씨와 손정목씨, 이진강씨 등이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회사원으로 재직 중이라는 점 때문에 ‘회사’라는 이름을 쓰면 외부의 의심을 덜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서로를 부를 때도 ‘최사장’(최기영 민노당 사무부총장) ‘장사장’(장민호씨) 등의 호칭을 사용했다.
특히 이들은 북한 조선노동당을 ‘우리당’으로 불렀다. ‘우리당’은 열린우리당의 약칭으로 사용되는 용어다. 이밖에도 좌파세력은 ‘좌회사’, 통일전선체는 ‘통회사’ 등으로 불렸다.
민노당 창당과정에 참여하면서 입수한 민노당 내부자료와 인적사항 등을 북한에 제공한 혐의로 2003년 구속기소됐던 강태운 전 민노당 고문도 ‘회사’(북한), ‘지사’(민노당), ‘계열사’(민노총), ‘개발공사’(전국연합), ‘지점’(한총련) 등의 은어를 사용했다.
9월 직파한 간첩으로 8년 만에 처음 적발된 정경학씨는 영어로 된 은어를 구사하기도 했다. 본부는 ‘Hellen(헬렌)’, 남조선은 ‘NamKyong(남경)’, 라오스는 ‘Noodle Factory(국수공장)’, 홍콩은 ‘Red Flower Garden(홍초가든)’으로 불렀다. “Hellen, I will go to the NamKyong“이라는 구절은, “헬렌, 나 남경으로 갈 거야”가 아니라 사실은 “본부, 남한에 침투할 예정임”이라는 의미였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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