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검찰과 경찰 합동으로 수사 중인 친북지하조직 일심회 사건의 수사내용과 방식에 대해 변호인단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김승규 국정원장의 말처럼 이미 피의자들이 일심회를 중심으로 모인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적 의미에서 간첩사건으로 단정짓기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먼저 구속된 피의자 5명의 변호인단은 공안당국이 제시한 문건들의 증거능력을 의심하고 있다. 고정간첩 혐의를 받는 장민호(44)씨의 변호인은 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함께 합동 변호인단을 구성, 공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측은 “‘북측 지령에 따른 지방선거 개입’ 등 공안당국이 입수한 문건내용에 대해 관련자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며 “장씨가 북한에 보낸 정보는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정보라서 간첩 혐의 적용은 다툼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안당국이 간첩 혐의를 증명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정황도 있다. 공안당국은 1년여 장씨 행적을 내사했는데도 간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했다. ‘엄청난 혐의’에 어울리지 않게 구속영장 청구 때 관련자 5명에게 적용한 혐의는 회합ㆍ통신과 반국가단체 가입이었다.
일심회가 작성해 북에 건넨 정계, 시민단체의 동향 등의 정보가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국가보안법 4조는 국가기밀을 탐지ㆍ수집ㆍ누설ㆍ전달하거나 중개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기밀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 지식 등에 속하지 않은 것으로서 내용이 누설될 경우 국가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공안당국으로선 대북보고서 내용이 국가기밀이라는 논리를 마련하거나 명확히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새 증거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압수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변호인단은 “공안 당국이 수사 초기 미국 시민권자인 장씨에게 ‘테러용의자로 관타나모 수용소에 보내겠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장씨가 강압적 분위기 속에 공안당국 요구대로 일부 사안을 허위 진술했다는 얘기다.
쿠바 남동쪽 관타나모만의 미 해군기지 안에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미국이 자체 판단한 테러 용의자 500여 명이 강제 구금돼 있다. 다른 변호인도 “국정원이 밤늦게까지 조사하며 다른 사람이 자백했으니 당신도 말하라는 식으로 회유와 협박을 일삼고 있다”며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안당국은 “수년 간 이들의 범행을 추적해 왔기 때문에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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