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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부분과 전체 Des Teil und das Ganze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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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부분과 전체 Des Teil und das Ganze <上>

입력
2006.10.3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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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젠베르크의 직관이 '불확정성의 원리'를 정립

물리학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원리는 물리학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철학적으로도 현대 사회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불확정성이라는 단어는 인간 인식의 한계를 가리키면서 주·객관이 분리될 수 없다는 의미로 확장돼 자연과학적 의미 이상의 울림을 퍼뜨리기도 했다.

‘불확정성의 원리’를 정립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01~1979)의 자서전적 물리학 이야기가 바로 <부분과 전체(des teil und das ganze)> (김용준 옮김·지식산업사 발행)다.

하이젠베르크는 이 책에서 자신의 고교시절 직후부터 1960년대까지 자신이 만난 물리학자들과 친구들의 대화를 주축으로 양자역학의 발전을 풀어 놓았다.

그의 이름을 길이 남긴 불확정성의 원리란 전자와 같은 양자를 들여다보는 미시세계에서 관측대상(예를 들면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을 다루는 양자역학은 ‘양자의 세계에서는 일정한 한계 내에서만 물리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전제로 수립돼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전자가 2개의 틈새를 동시에 통과해 지나가는 현상을 눈앞에 두고 “어떻게 된 일인지 정체를 밝혀보리라”고 소매를 걷어붙여봐도, 불확정성의 원리는 하나의 전자가 양쪽 틈새를 통과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는 점을 역설한다.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의 앞길을 채 정하지 않았던 대학생 시절 닐스 보어를 만났다. 짧은 대화에서 그의 영특성은 찬란히 빛을 발했고, 보어는 그를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초청했다.

1925년, 23세의 나이에 보어연구소에 합류한 그는 건초열을 앓느라 요양하던 중 에너지보존법칙을 만족시키는 양자조건을 수학적으로 규명해냈다. 2년만에 그가 정리해 낸 불확정성의 원리는 양자 역학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잡았고, 1932년 노벨상을 받았다. 호호백발이 된 후 30년 전의 연구업적으로 노벨상을 받는 지금과는 다른 시기였다.

하이젠베르크는 직관적으로 연구하는 물리학자로 알려져 있다. 꼼꼼히 증명하고 계산식을 검토하기에 앞서 먼저 거침없이 진리를 향해 달려가는 스타일이다. 하이젠베르크 자신은 이 책에서 불확정성의 원리를 깨닫게 된 과정에 대해 그저 “관찰된 것 자체가 양자역학의 법칙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처음부터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하이젠베르크는 어려운 때를 보냈다. 고교 시절 1차대전을 겪었고 학회에 참석할 기차표를 얻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했다. 하지만 <부분과 전체> 를 읽어보면 그만큼 부러운 환경이 없다.

어린시절 도보여행을 하면서 그렇게 다양한 시각의 토론을 할 친구들이 있었는지, 전쟁통에 지붕에서 햇볕을 쬐며 희랍어를 공부했는지, 그리고 수많은 이름난 물리학자들이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허심탄회하게 진리를 향해 의지하고 토론하고 공박할 수 있었는지 하는 점들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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