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보험 제도 개선안을 놓고 30일 보험업계 대표가 규탄 성명을 발표하는 등 보건의료 당국과 업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핵심 쟁점은 보건복지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민영의료보험의 법정 본인부담금 보장 금지에 모아진다. 당국은 민영의료보험이 환자본인 부담금을 보장하면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늘어나고 결국 건보 재정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복지부의 정책은 현재 민간의료보험이 보장하고 있는 환자본인부담금을 보험에서 제외한다면, 민간의료보험 시장 축소는 물론 당장 6조4,000억원에 달하는 의료비가 당장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 의료비용 체계는 급여와 비급여 부문으로 나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적 의료보험은 급여부문의 56.4%를 보장하고 급여부문의 나머지(환자 본인부담금 23.4%)와 비급여(고급병실이나 고가 의료기 이용 등 20.2%)는 환자가 부담하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이런 제도에 맞춰 민영 보험사들은 비급여 부분은 물론 법정 본인부담금까지 보장해주는 '실손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환자본인부담금에 대한 보험보장을 금지하는 당국의 개정안 현재 1,000만명에 이르는 보험가입자와 시장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업계는 실손보험 가입자는 의료기관을 자주 찾기 때문에 질병을 조기발견 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 의료비 총액은 줄어들고 결국 건보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더욱이 민간의료 보험이 고가 장비 사용이나 고급 의료서비스에 한정된 비급여 부분만 보장할 경우 민간보험에 가입한 상류층들의 대형 의료기관 이용편중 심화와 고급 의료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면서 의료서비스의 양극화가 촉진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손해보험협회 고현석 팀장은 "보험상품은 '사고발생의 우연성'을 기반으로 상품을 설계하는데, 민간의료보험은 환자가 선택 가능한 비급여 서비스 부분만을 보장하게 된다면 '악의적 보험가입자'를 양산하게 될 우려가 크다"며 "이 같은 보험의 기본원칙마저 무시하는 정책이 추진된다면, 결국 보험료 급등 등 보험가입자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보험업계는 복지부가 제도 개편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의료산업선진화 위원회에 민영 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근거가 불충분한 연구결과만을 보고하고, 보험업계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는 등 편파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국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 등은 취약한 보장성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민영의보를 혁신적으로 개선하지 않은 채 기업 이윤 극대화만 노린 비윤리적 주장이라고 거세게 반박했다.
복지부는 특히 정책추진 과정에서 보험개발원 등 보험업계, 학계, 소비자단체가 참석한 실무협의회도 여러 차례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며 민영 의료보험의 본인부담금 금지는 유예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실시하면 보험사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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