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수돗물 공급권을 잡아라.’
충남 연기ㆍ공주지역에 건설 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생활용수 공급권을 따내기 위해 대전시와 수자원공사(수공)가 치열한 물밑싸움을 벌이고 있다. 2,212만평의 행정도시는 2030년까지 인구 50만명을 수용할 계획으로 하루 필요한 생활용수는 20만톤에 달한다. 양측은 모두 대청댐 원수(原水)를 사용하면서도 안정적인 생산능력과 예산절감 효과, 공급가격 등을 들어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 대전시 “수공보다 물값 저렴”
대전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다른 지역에 수돗물을 팔고 있는 자치단체이다. 1990년대 초부터 인접 충남 계룡시에 하루 8,000톤씩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대전시가 수돗물을 팔고 있는 이유는 기존 정수시설에 과도한 투자를 한 결과 현재 필요이상의 공급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4개 정수장의 생활용수 생산능력은 하루 126만톤으로 향후 인구증가를 고려해도 30만톤 이상 여유가 있다. 이에 따라 행정도시에 20만톤씩 공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대전시는 대청댐 건설 당시 사업비를 분담한 덕분에 수공으로부터 원수를 톤당 6원30전에 공급받고 있다. 이는 다른 자치단체들이 수공에 내는 물값 47원93전에 비해 7분의 1에 불과하다.
이처럼 원수를 싸게 받기 때문에 정수한 뒤 수돗물로 되팔아도 수익이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대전시는 용수공급가격을 수공이 제안한 톤당 394원보다 19원이 싼 375원으로 책정했다. 시 관계자는 “행복도시 용수공급권을 따낼 경우 2010년부터 25년간 약 1,421억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공 “상ㆍ하수도 및 하천 통합관리”
수공은 새로운 관로를 설치하느라 추가 비용은 더 들지만 행정도시에 정수장을 건설, 안정적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상수도 뿐만 아니라 하수도와 하천까지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경우 행정도시는 용수만 공급받는 경우보다 연간 4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공은 1단계로 2008년 완공 예정인 충남중부권광역상수도가 행정도시를 통과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송수관로를 분기해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충남중부권상수도는 공주 부여 논산 등에 하루 16만3,000톤 공급 규모로 장기적으로 행정도시의 수요 20만톤을 충족하기에 부족하다.
이 때문에 수공은 2015년 이후 2단계로 대청호에서 행정도시까지 송수관로를 설치하거나 대전시로부터 용수를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수공은 대전시보다 훨씬 많은 1,200여억원의 투자비를 예상하고 있다.
●송수관로 건설비 등 변수
양측의 주장에 대한 공방도 뜨겁다. 수공은 대전시의 용수가격에 의문을 제시했다. 현재 대전시민이 부담하는 물값과 계룡시에 공급되는 물값이 모두 톤당 486원인데 행정도시에만 375원에 공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전시민과 계룡시민이 집단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대전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행정도시에 20만톤씩 물을 팔게 되면 대전과 계룡시의 물값도 점차 행정도시와 같은 수준으로 낮출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수공의 예산낭비를 꼬집고 나섰다. 시는 용수공급을 위해 대전의 송수관로를 행정도시까지 22㎞연장하고 배수지와 가압장을 설치하는데 960억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수공이 정수장을 건설하고 대청호에서 행정도시까지 35㎞ 송수관로를 설치하는 데 2,160억원이란 막대한 자금이 소요돼 국가적 낭비라는 것이 대전시의 지적이다.
수공측은 “충남중부권상수도를 이용하다가 용수가 부족하면 그 때 대전시로부터 용수를 받을 수도 있다”며 “이 경우 1,230여억원이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행정도시건설청은 양측의 제안을 면밀히 분석해 11월 말 용수공급권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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