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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한국일보문학상 후보작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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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한국일보문학상 후보작 선정

입력
2006.10.3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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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예로 분류됐던 젊은 작가들이 문단의 중추로 탄탄하게 자리잡은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한국문학의 세대교체라 일컬을 만합니다.”

제39회 한국일보문학상의 예심이 27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사에서 열렸다. 심사위원(문학평론가 신수정, 김동식, 김형중)들은 10편의 후보작을 선정하면서 문단의 ‘앙팡테리블’로 등장한 젊은 작가들이 올 한 해 묵직한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발표하면서 한국문학의 주역으로 자리를 굳혀가는 모습에 주목했다. “무섭게 등장한 신예들이 기존의 소설과 구별되는 자기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한국문학의 미래를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심사경위 및 결과

심사는 2005년 10월부터 올 9월까지 국내 주요 문예지와 단행본 등을 통해 발표된 소설 425편을 대상으로 삼았다. 장편소설 32편, 소설집 33편, 단편소설 370편으로 예년에 비해 장편과 소설집의 비중이 높았다.

예심은 425편의 소설을 심사위원들이 각자 훑어본 뒤 집중 독해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10편씩을 추천하는 2단계로 이뤄졌다. 심사위원들은 추천작 22편(중복 추천 제외)을 대상으로 3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강영숙의 <리나> , 김영하의 <빛의 제국> , 박민규의 <핑퐁> (이상 장편) 김중혁의 <펭귄뉴스> (소설집) 김윤영의 <그린핑거> , 윤성희의 <재채기> , 이기호의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 전성태의 <코리언 솔저> , 정미경의 <내 아들의 연인> , 편혜영의 <사육장 쪽으로> (이상 단편) 등 10편을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강영숙, 김중혁, 전성태, 편혜영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본심에 올랐다.

후보작 촌평

동아시아로 추정되는 가상공간의 여행을 통해 무중력의 여로를 선보인 강영숙의 <리나> 는 탈북자들의 유랑이라는 첨예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며 그간 한국문학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건조하고도 속도감 있는 문체를 구축한 점이 평가를 받았다. 동성애에 기반하거나 국적과 나이를 초월해 구성하는 작중 인물들의 대안가족이 흥미롭고, 여성 성장소설로서 새 경지를 펼쳐보였다는 평이었다.

김영하의 <빛의 제국> 은 스파이소설이라는 B급 상상력을 통해 자신의 시대를 돌아보는 장르의 변주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들었다. 1980년대라는 한 시기가 21세기에 어떻게 성찰될 수 있는지 나름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는 게 중론이었다.

박민규의 <핑퐁> 은 장편이라는 긴 호흡의 장르 안에서 개연성 없는 이야기들을 끝까지 끌고 가는 작가 특유의 입담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위문화적 글쓰기의 대대적인 차용을 통해 황당무계와 엉터리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능력이 탁월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김중혁의 <펭귄뉴스> 는 소설의 주인공이 인간이라는 암묵적 합의를 파괴하고 사물을 통해 인간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한국문학사에서 낯선 풍경을 빚어낸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자전거, 타이프라이터, 카메라 등 사물에 묻어있는 기억을 통해 인간과 사회, 더 나아가 문명사적 고찰도 하는 이 작품에 대해 “디지털시대에 부르는 아날로그를 향한 그리움의 비가(悲歌)”“새롭게 제시된 또 다른 문학적 코드” 등의 평가를 내렸다.

김윤영의 <그린 핑거> 는 묘한 아이러니가 돋보이는 깔끔한 단편이라는 점이 호감을 샀다. 작가가 펼쳐보인 위장의 연기력이 탁월하고, 자아의 위장과 나르시시즘에 대한 허구를 까발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였다.

윤성희 특유의 유머가 돋보이는 <재채기> 는 형식미가 돋보인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중구난방으로 뻗어나가는 서사의 잔가지들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서, ‘재채기’라는 제재의 본질을 소설의 형식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평이었다. 소설 전편에 깔린 따뜻함이 마치 어른을 위해 잘 만들어진 동화처럼 읽힌다고들 했다.

이기호의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는 개인과 폭력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만드는, 슬프지만 유쾌한 소설이라는 평이었다. 한 개인의 일대기에 아주 우연하게 찾아오는 폭력과, 그 폭력들이 반복된다는 속성을 경쾌하게 묘파한 작품으로, 반복되는 우연한 폭력이 어떤 방식으로 주체 형성에 개입할 수 있는지 흥미롭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성태의 <코리언 솔저> 는 우리 안의 제국주의에 대한 유머러스한 비판이라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끌었다. 몽고에 교환교수로 간 한국인 주인공을 통해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서구화하고 자본주의적 질서에 편입돼 있는지를 일깨우며, 우리 안에 구축된 문화적 제국주의의 심리구조를 절묘하게 보여줬다고 평가받았다.

유한마담의 눈으로 본 부르주아의 세계를 그린 정미경의 <내 아들의 연인> 은 그간 한국문학이 잘 다루지 않았던 최상층 계급의 삶을 소설의 새로운 영역으로 개척, 확장?점이 점수를 얻었다. 심사위원들은 정밀한 디테일과 탁월한 심리 묘사를 통해 계급간 단절이 휴머니즘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돋을새김한 이 작품의 냉엄한 리얼리즘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편혜영의 <사육장 쪽으로> 는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괴한 공포와 야만의 어두운 세계가 중산층의 일상과 얼마나 근사하게 병존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삶의 이면에 대한 놀라운 발견을 보여준 점이 높이 평가됐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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