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 당국이 간첩단 사건으로 지목한 ‘일심회’ 소속 조직원으로 민주노동당의 전현직 간부들이 구속되면서 민노당의 인적 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진보정당을 표방했지만 사실상 친북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과거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인사들이 민노당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단순히 친북 인사로 규정할 수는 없다.
민노당은 과거 운동권의 양대 산맥이었던 민족해방(NL) 계열과 민중민주(PD) 계열의 연합체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NL계열은 통일운동에 주력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입장인 반면 PD계열은 북한에 대해 비판적이면서 노동운동의 주도성을 강조한다. 양측은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2002년 대선 때 중도파인 권영길 후보를 중심으로 세 확산을 시도했고, 현재까지 그 같은 골간을 유지하고 있다.
두 세력이 진보정당이란 명분 아래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민감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민노당이 정파간 대립으로 혼란을 겪기도 했다. 최근 북한 핵실험 파문이 불거졌을 때 ‘모든 핵을 반대한다’는 강령이 엄연히 있음에도 당 지도부 일각에서 “북한의 핵 보유는 자위적 수단”(이용대 정책위의장)이라는 얘기가 나와 파문이 일었던 것도 이 같은 세력 구조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민노당을 친북 정당으로 규정하는 건 현실과는 맞지 않다. 우선은 이미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 7만여명 중 소위 운동권이 아닌 당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NL계열의 대다수는 자생적인 통일론자여서 이른바 ‘주사파’(주체사상파)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권영길ㆍ김혜경 전 대표나 문성현 대표 등 중도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당 대표를 맡아왔다는 점은 적어도 민노당 내부에서 NL계열과 PD계열간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민노당의 인적 구성을 좀 더 깊이 분석해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보면 ‘친북’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PD계열이 다수이다. 그러나 당원들의 직접투표에 의해 선출된 최고위원단의 다수는 NL계열이다. 더욱이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 NL계열 내에서 주사파가 적지 않은 세를 확보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민노당 NL계열의 일부가 ‘주사파’에 가깝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당내의 PD계열에선 “이번 기회에 주사파와 갈라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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