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10년 가까이 부동산 중개를 해왔지만 아무리 신도시 개발이라 하더라도 일주일새 1억원이 오를 이유가 있는 곳이 아닙니다. 거품이에요, 거품…."
30일 오전 서울 시청에서 출발해 1시간 30분 가량 걸려 도착한 인천 서구 검단동 검단신도시 예정지 일대. 정부와 국세청의 대대적인 투기 단속이 시작된 이날 지역 대부분 중개업소들은 이미 시세표를 내리고 문을 걸어 잠근 채 관계당국의 단속을 피해 '잠수'에 들어갔다. 일부 중개업소 몇 곳 정도만이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다.
업소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로 어렵사리 연결이 된 C공인 관계자는 시장 동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묻지마 투자와 매매 피해가 걱정스러울 정도"라며 이상 급등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성급하게 터뜨린 인천 검단신도시 개발 발언으로 인근 부동산 시장이 투기 광풍에 휩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변 부동산값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치솟으면서 버블(거품)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검단1동 S공인 관계자는 "지난 주 신도시 개발이 전해지면서 급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5,000만원 이상씩 오른 단지가 수두룩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어느 곳이든 개발 호재가 가격을 끌어 올리기는 하지만 평당 800만원 하던 단지가 평당 1,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은 '묻지마 투자' 열풍이 일시에 불며 생긴 버블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중개업자들은 문을 닫고 업소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단속반이 오는 지 살펴보기도 했다. 여기서 만난 공인중개사 최 모씨는 "매물을 구해달라는 주문을 하루에도 수십 통씩 받고 있지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20% 이상이나 올릴 정도로 강세여서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 정도면 중개업을 하는 입장에서도 거품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털어 놓았다.
실제로 신도시 발표 직전 2억,5000만~2억7,000만원이던 원당동 LG아파트 33평형은 주말을 넘기며 3억6,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인근 대림아파트와 금호아파트 30평형대도 각각 3억원, 3억2000만원에 호가가 경신됐다. 2억1,000만~2억3,000만원 안팎이던 대주 피오레 아파트 34평형도 3억원을 육박할 정도로 호가가 초강세다.
인천 지역의 경우 대규모 택지지구(신도시 포함)에서 2010년까지 약 20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 같은 공급물량을 감안하면, 최근 이상급등은 언제든지 꺼질 수 있는 버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당국의 투기조사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와 같이 문을 연 D공인 관계자는 "검단 신도시는 이번에 처음 알려진 호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추 장관 발언 한마디에 가격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장은 시장이 진정되기 어렵겠지만 현재 검단동 일대에서 건설중인 아파트가 대거 입주하고 또 영종도와 청라, 송도 등 대규모 신도시가 개발되면 초과공급으로 거품이 빠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권 고급 주택 수요자들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지리적 약점도 최근 급등세가 버블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판교에 버금가는 신도시로 개발하겠다는 양주 옥정과 고양 삼송, 남양주 별내지구도 미분양이 대거 발생할 정도로 수요자들이 외면하는 실정"이라며 "강남 수요 대체 기능이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묻지마 투자'가 만들어 놓은 호가는 거품으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단=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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