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은 죄를 씻자는 마음에서 홀로 한국에 건너와 노인들의 병 수발을 들고 있는 70대 일본인 노인이 있다. 서울 중랑구 서울시립북부노인병원에서 일하는 이와키 구니히사(岩木邦久ㆍ71)씨.
지난해 한국에 왔을 때 그는 평범한 일본인 관광객 중 한 명이었다. "50년 넘게 일밖에 모르는 전형적인 일본인 가장으로 살다 지난해 초 퇴직하고 나니 즐기며 살고 싶더라구요. 무작정 한국으로 와 대학가 하숙집에 거처를 잡고 6개월 동안 원없이 등산을 했어요." 이때 한국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이 땅에서 여생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고,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다 탑골공원에서 본 노인들이 생각났어요. 당장 고향 가나자와(金澤)로 돌아가 간병전문학교에서 간병인 자격증을 땄죠. 환자를 대하는 말투부터 배변 돕기, 옷 갈아 입히기 등 낯선 일이 많아 일본 노인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실무를 익혔어요.” 부인과 두 딸은 "아직 몸이 건강하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설득했다.
9월부터 일하기 시작한 노인병원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오병순(92) 할머니는 말이 안 통하는 그가 탐탁치 않았는지 처음에는 손을 꼬집고 거친 말을 하기도 했다. 덕분에 배운 한국어가 “바보”“시끄러워”였지만, 지금은 손을 잡아주며 고마워한다. 이와키씨는“말이 서툴러 환자 1명밖에 돌보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요즘 한국어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며“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몸이 불편한 한국 노인들을 위해 봉사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