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시장이 책 대필(代筆)ㆍ대역(代譯) 테마극장 같다. 유명 아나운서의 대역 시비로 막을 연 이 추한 무대에 스타 기자가 오르더니, 최근에는 가요계 한류 스타까지 등장했다. 스타급 출연진이 대기중이라는 풍문도, 보도 위의 추레한 낙엽처럼 뒹굴고 있다. 고만고만한 스토리가 재탕되다 보니 처음엔 제법 관심을 끌던 극 전개도 시들해지고, 오직 주연의 프로필만이 연예계의 그렇고 그런 스캔들처럼 떠도는 형국이다.
지금까지 극은 주연과 대역(혹은 조연)의 싸움, 엄밀히 말하면 대역(측)이 주연에게 딴지를 거는 양상으로 전개돼왔다. 연기도 엉망이고, 그나마도 대부분 자기네가 도맡아 했는데 출연료며 스포트라이트는 주연이 다 챙긴다는 게 대역의 불만이다. 극의 정황에 따라 주연측의 대응은 다르지만, 진위가 무엇이든, 이미지가 생명인 주연들이 받는 타격은 실로 막대하다.
의분에 감정까지 얹어 먼저 주먹을 내지르긴 했지만 시장의 약자인 대역들의 피해도 이만저만 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비난과 냉소의 분위기 속에서, 관행에 근거해 주연을 동정하는 입장이 섞이고, ‘오죽했으면…’하고 대역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범죄가 추문화 하면 본질은 대중의 흥미에 가려지기 십상이다. 시장은 극장이 아니며 극장 같아서도 안 된다는 사실, 그리고 출판시장의 주역은 아무래도 출판자본이라는 사실은, 그것이 너무나 분명한 나머지, 어디에서도 주목 받지 못한다.
기획, 캐스팅, 연출, 제작, 홍보를 총괄한 무대 뒤의 그들은, 또 어디선가 새 간판 아래에서 더 정교한 극본을 짜고 있는지 무대에서 보이지 않는다. 출판시장 다 죽는다며 기민하게 성명서를 만들어 읽던 협회며 단체도 조용하기만 하다. 그들도 대필ㆍ대역 테마극장의 객석에 앉아 새 작품을 기다리는 것일까.
최윤필 문화부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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