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28~29일 1박 2일간 퇴임 후 처음으로 고향 목포를 방문했다. 재직 시절인 1998년 8월 방문한 이후 8년만의 고향 나들이다. 10ㆍ25 재보선 후 여권발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화 하는 와중이라 그의 이번 방문에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집중됐다.
김 전 대통령은 28일 KTX편으로 목포에 도착한 뒤, 목포역 광장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한 인사말에서 북핵 사태에 관한 입장을 먼저 강조했다. 그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한반도 주변에서 실시했다가는 무력대결과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정부는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일이 없도록 PSI 참여에 신중한 태도를 취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한 뒤, “한반도는 우리가 죽고 사는 땅이기 때문에 미국은 우리를 중심으로 정책을 세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앞으로 정치에는 일체 개입하지 않겠지만 나라 잘되고 국민 행복한 일, 우리가 평화를 누리는 일은 어떤 일이든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정치적 뿌리인 목포에 대한 애정과 소회도 밝혔다. 그는 환영 나온 3,000여명의 시민들을 향해 “반세기 정치에 참여하면서 매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 덕택이었다”며 “많은 영광을 누렸고 모든 영광을 사랑하는 고향 시민께 바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목포역에 도착하자 감회에 젖은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고, 환영행사에서 ‘고향의 봄’과 ‘목포의 눈물’을 따라 부르기도 했다. 부인 이희호 여사는 ‘목포의 눈물’을 부르던 중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28일 저녁엔 생가가 있는 하의도 주민과 형수 박공심씨 등 친ㆍ인척 20여명을 비롯해 박준영 전남지사, 전남 22개 시장 등 120여명을 초청해 신안비치호텔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그는 만찬장에서도 목포와의 인연을 강조하고,“목포 사람, 전라도 사람으로, 대한민국 국민, 우리 민족으로 살다가 죽을 것”이라며 “오늘 가면 언제 만날지 모르지만 같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29일 전남 도청에서 기념 식수를 하고 남악 신도시와 유달산, 북항, 대반동 등 시내를 둘러본 뒤 상경했다.
김 전 대통령의 환영 행사에는 열린우리당 전남도당위원장 유선호 의원과 천정배 김원웅 우윤근 이상경 의원,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최인기 이낙연 이상열 의원 등이 참석해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유선호 의원은 환영만찬 건배사에서 “민주화 세력, 양심 세력들은 김 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지침으로 연대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통합론을 강조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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